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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른 '중국 펀드' 지금 투자해도 괜찮나美中 무역분쟁 타결·MSCI 편입 기대 만발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9.03.18 10:24:23
2017년 12월, 직장인 김 모 씨는 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기 전 부랴부랴 펀드에 가입했다. 중국 시장이 반등하리라는 기대감에 중국 본토 A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올인’했다. 그러나 주가는 생각과 달리 움직였다. 2018년 들어서자마자 중국 증시가 고꾸라지며 수익률은 단 한 차례도 플러스를 내지 못했다. 좌절한 김 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예 수익률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지난 3월 초, 잊고 지낸 펀드 계좌를 열어본 김 씨는 깜짝 놀랐다. 올해 1~2월 수익률이 지난 1년 치를 훨씬 앞섰고, 10% 이상 마이너스였던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 있었다. 김 씨는 “가입하자마자 마이너스로 출발해 실망감이 컸는데 개미투자자에게는 장기 투자가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중국 펀드 상승세가 가파르다. 대표적인 중국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1월 2일 2465로 시작해 지난 7일 3106으로 마감해 두 달 새 26%(641포인트)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 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국 증시를 띄웠다. 아울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 덕에 외국 자금 유입 물꼬가 트이는 겹경사를 맞았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년보다 낮춰 잡았지만 당분간 증시 호황은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 166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9.12%를 기록했다(에프앤가이드 3월 8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4.12%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올해 들어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한 셈이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5.16%)와 해외 주식형 펀드(12.85%), 아시아 신흥국 시장 주식형 펀드(11.06%)보다 성적이 좋다.

개별 펀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TIGER차이나A레버리지상장지수(주혼-파생재간접)(합성)와 한국투자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CSI300상장지수(주혼-파생)(합성)가 최우등생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56~57%대에 달한다. 한국투자KINDEX일본인버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합성H) 등 일본, 북미 펀드가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 주식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자 국내 상장 중국 기업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윙입푸드는 올해 들어 60% 이상 뛰었고 크리스탈신소재(53.88%), 골든센츄리(28.49%), 컬러레이(18.26%) 등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수익률(10%)을 크게 웃돈다.

▶추가 상승 전망이 우세하지만

유동성 좋아도 기업 실적 불안

2016년式 급등락 우려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연초 중국 주식이 급등하며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반등 가능성 역시 어느 때보다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MSCI가 신흥국지수에 반영하는 중국 A주 대형주 비중을 5%에서 20%까지 늘리기로 한 결정은 호재 중 호재다. 이렇게 비중을 높이면 지수 전체에서 중국 A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0.7%에서 3.3%로 크게 높아진다. 이로써 중국으로 800억달러 자금이 새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기 부양책도 중국 증시를 끌어올릴 긍정적인 뉴스다.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후 열린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발개위)에서 노후 차량 교체 촉진 등 경제와 소비, 투자, 민간 경제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됐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정부부채 감축정책이 맞물려 중국 증시가 추락했으나, 올해 두 가지 요인 중 최소 한 가지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하이지수는 3300~35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중국 전인대에서 정부 부양 의지가 확실하게 확인됐다”며 “2분기 이후 부양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기업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고 부양책 효과가 잘 나타난다면 상하이종합지수가 크게 반등했던 2016년 급상승세를 재현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투자를 권한다. ETF는 상장돼 있는 만큼 사고파는 것이 자유롭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중국 ETF가 상하이지수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추종지수는 CSI300, FTSE 차이나50, FTSE 차이나A50, MSCI 차이나 등이다.

한국 코스피200에 해당하는 중국의 대표 지수는 CSI300이다. 중국 본토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300개 대형주로 구성됐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가 ‘KODEX중국본토CSI300’ ‘TIGER차이나A300’ ‘KINDEX중국본토CSI300’ 등이다. MSCI 신흥국지수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시총 상위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KODEX중국본토A50’이나,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KBSTAR중국본토대형주CSI100’ 등이 괜찮다.

선전 시장 중소형주는 중국 정부 경기 부양책 효과를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체 투자금액 30~50%를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KODEX심천ChiNext(합성)’가 대표적인 펀드다.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싶다면 ‘레버리지’ ETF를 선택하면 된다.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 1위와 2위를 기록한 중국 펀드는 CSI300지수 움직임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였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투자 ETF 중에서 CSI300, MSCI 차이나, FTSE 차이나50지수를 추종하는 ETF순으로 유망해 보인다”며 “CSI300지수가 고점 대비 하락폭이 크고 MSCI지수 편입으로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펀드별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한국투자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 ETF는 올해 56% 수익률을 냈다. 반면 ‘NH-아문디차이나포르테’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 등은 같은 기간 11~12%대 수익률에 그쳤다. 선전 증시를 추종하는 ‘삼성KODEX심천ChiNext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합성)’ 수익률은 36%를 기록했으나 같은 삼성자산운용 펀드 중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KODEX China H’ 수익률은 그 절반인 13%다.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20% 넘게 오른 반면 홍콩H지수는 14%만 올랐기 때문이다.

좀 더 색다른 중국 ETF를 원한다면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ETF를 눈여겨볼 만하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프리미아CSI차이신차이나뉴이코노미ETF’는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할 수 있는 차이넥스트(ChiNext)와 본토 A주 가운데 신경제(고령화·소비 증가·교육·도시화) 기업에 투자한다.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본토 A주 시장에 단기 유동성이 넘쳐나고 중국 정부 부양책도 호재로 평가할 수 있지만 결국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5년 상하이 증시가 52% 급등하며 50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저조한 실적을 확인한 이후 45%가 다시 무너졌다”며 “중국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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