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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카풀 대타협 이끌어낸 전현희 민주당 의원 | "아쉬움 많지만 新舊산업 첫 대타협에 방점"

  •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9.03.18 10:44:30
  • 최종수정 : 2019.03.18 17:55:41
얼굴에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곱게 화장은 했지만 피부도 힘들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터다. 지난 3월 7일 택시·카풀 대타협 소식이 들려왔다. 신산업과 구산업 간 갈등을 풀어낸 첫 결과물이다. ‘카풀 전면 금지’를 주장하며 택시기사 2명이 분신하는 등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만 질리도록 봐온지라 오히려 뜬금없어 보이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이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55)이다. 포기를 모르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전 의원이 ‘진정성’이라는 한 단어를 또 얻어낸 순간이다.

1964년생/ 데레사여고/ 서울대 치대/ 1996년 사법고시 합격/ 2003년 고려대 법무대학원 의료법학 석사/ 2008년 18대 국회의원/ 2016년 5월 20대 국회의원(서울강남을, 現)/ 국회 제5정책조정위원장

1964년생/ 데레사여고/ 서울대 치대/ 1996년 사법고시 합격/ 2003년 고려대 법무대학원 의료법학 석사/ 2008년 18대 국회의원/ 2016년 5월 20대 국회의원(서울강남을, 現)/ 국회 제5정책조정위원장



Q. 어떻게 다들 고개를 젓는 이 어려운 일을 맡게 됐습니까.

A 난제 중 난제인 택시·카풀 문제에 사실 누가 앞장서고 싶었겠습니까. 제가 국회 제5정조(정책조정)위원장입니다. 그 산하에 국토교통위가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제 업무로 떨어졌지요. 날짜도 기억합니다. 2018년 10월 28일이에요. 그때부터 4개월 반 동안 정말 쉼 없이 달려왔네요.

Q. 분신에 반정부 집회에 워낙 시끄러웠던 터라 대타협 소식이 오히려 생뚱맞게 들렸습니다.

A 사실 2월 말까지도 대타협은 고사하고 그냥 타협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거의 매일 택시협회를 찾아갔는데 정말 매번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한 120번 정도 찾아가니 그제야 만나주더군요. 어떻게 숫자를 기억하냐고요? 협회에서 제가 찾아간 날짜와 시간별로 정리를 해놨더라고요. 120번째에 택시협회 내부에서 ‘다른 정치인과 다르게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신뢰가 생긴다. 만나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들었습니다. 결국 대타협의 기반에는 진정성과 신뢰가 깔려 있습니다.

Q. 택시협회는 ‘카풀 전면 금지’를 주장했고 모빌리티 업체들은 ‘규제 전면 완화’를 내세웠습니다. 끝없는 평행선일 수밖에 없어 보이는 두 단체 간 타협의 실마리가 어떻게 찾아졌습니까.

A 원래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카풀업계는 ‘물러나지 않겠다’며 TF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택시기사 두 분의 분신 사태 이후 카카오모빌리티가 TF에 합류했지요. 카카오모빌리티가 출퇴근 시간 규정을 받아들인 게 이번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Q. 일각에서는 이번 대타협이 ‘택시·카풀 대타협’이 아니라 ‘택시·카카오모빌리티 대타협’이라 평가 절하합니다. 일부 모빌리티 업체는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제한함으로써 카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망가뜨렸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실제 카카오를 제외한 카풀업체들은 ‘대타협안을 거부한다’고 밝혀 새로운 충돌이 예고된다.)

A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해봅시다. 어차피 현행법상 자가용 유상운송은 금지돼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출퇴근 경로만 제한적으로 가능했지요. 출퇴근 시간이라 할지라도 출퇴근 경로가 아닌 경우에는 카풀이 불법입니다. 그뿐인가요. 3월 국회가 열리면 카풀 규제 법안만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나마 대타협이 되면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Q. 사실 출퇴근 시간 제한 관련한 가장 중요한 비판 중 하나는 택시 잡기 가장 어려운 시간은 출퇴근 시간보다도 밤늦은 시간이라는 데 있습니다. 회식이나 야근을 하고 대중교통이 다 끊겨 택시를 타야만 하는 상황인데 정작 택시를 잡지 못해 힘들어한 국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A 맞습니다. ‘생존권’을 주장하는 택시업계도,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산업 발전을 요구하는 카풀업계도 모두 외면할 수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덕목은 ‘국민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과 야간에 택시가 잘 안 잡히니 카풀 허용을 요구한 것 아닙니까. 물론 이번 대타협에서 출퇴근 시간에 심야 시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택시 플랫폼’을 통해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교통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대타협 내용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 바로 ‘택시 플랫폼’입니다.

A 규제 때문에 법인택시 중 영업 못하고 놀고 있는 택시가 많습니다. 그런 택시를 다 끌어내 운행되는 택시를 늘릴 것입니다. 또 모빌리티 업체가 주체가 돼 택시회사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할 예정인데, 이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여성택시’를 해보겠다, ‘공항과 목적지까지만 왔다 갔다 하는 공항택시를 해보겠다’ 등 다양한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콜’을 하면 택시기사가 아닌 택시회사에서 콜을 받아 배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말이 택시 플랫폼이지 진정한 우버형 택시를 우리나라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구산업인 택시업에 신산업이 결합되면 지금은 택시업을 외면하는 젊은 층도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Q. 택시업계가 출퇴근 시간 카풀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월급제를 제안한 것도 대타협이 이뤄지게 만든 한 가지 요인이 된 듯싶습니다.

A 사실 월급제 합의도 쉽지 않았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좋아하지만 사업자 단체는 당연히 반대했죠.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택시기사 월급을 보전해준다는 얘기냐’고 하지만 정부 재원으로 택시기사 월급을 지원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월급제가 정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택시 플랫폼이 그런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Q. 초고령자 기사 퇴출도 화제가 됐습니다.

A ‘퇴출’이 아니라 ‘감차’입니다. 지금도 개인택시 감차제도가 있는데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예전에는 개인택시 기사가 권리금을 받고 개인택시 권리를 팔았는데 그 권리금이 계속 낮아져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오래도록 이어져왔습니다. 나이가 너무 많아져 택시기사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받을 수 있는 돈이 적으니 노후 보장이 안 돼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택시를 모는 기사가 많았지요. 일단 초고령자부터 기존 감차제도를 활용해 충분히 노후 보장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을 해주자는 게 이번 초고령자 기사 감차의 골자입니다.

Q. 이제 막 한 고개를 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A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너무 탈진했습니다. 택시협회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 기간은 일주일도 채 안 됩니다. 3개월 넘게 정말 벽을 보고 얘기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는 것은 물론 물병 세례도 받았습니다. 휘발유 세례를 받고 심한 욕설을 들을 때는 생명의 위협도 느끼고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이럴 수 있나 분노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성을 기울이면 마음을 얻고 그러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고 또 갔습니다.

사실 제가 포기를 잘 몰라요.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 출신으로 최초로 독학해 사법고시에 도전할 때도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 했습니다. 쓸데없는 짓에 힘 빼지 말라고들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이뤄냈습니다. 제 지역구가 또 강남을이잖아요. 민주당 타이틀로 강남을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도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이뤄냈잖아요. 이번 대타협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제 인생의 3번째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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