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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 재벌 개혁 목소리 높이는 美 민주당-워런 "아마존·구글·페북…IT 공룡 해체해야"

  • 장용승 기자
  • 입력 : 2019.03.18 10:53:01
2020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미국 민주당이 반(反)기업 정책 등 과격한 진보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파장을 일으킨 주인공은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워런 의원은 지난 3월 8일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규제하고 인수합병(M&A)을 막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워런 의원 법안은 연매출 250억달러 이상인 기업을 1군 그룹으로 분류해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상품을 분리해 판매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법안대로라면 페이스북의 왓츠앱·인스타그램 인수, 아마존의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 인수, 구글의 내비게이션 업체 웨이즈 인수 등 산업 흐름을 바꾼 M&A는 모두 무효가 돼야 한다. 또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에서 자체 상품은 팔 수 없으며 애플도 앱스토어에서 애플 앱을 팔 수 없다.

워런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 등도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 등에 대한 영향력 축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실리콘밸리 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요 언론은 전망한다.

부유세 등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강화를 주장해온 민주당이 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까지 들고나오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규제 강화는 친(親)기업 성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견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조차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나친 ‘좌향좌’는 2020년 대선 프레임을 ‘자본주의 vs 사회주의’로 몰고 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공당할 수 있으며 유권자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이 소속된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산업협회’의 에드 블랙 대표는 “높은 성과를 내는 분야에 대한 부당하고 극단적인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급진 정책에 反트럼프 전선 분열 조짐

민주당의 과격한 진보정책은 이미 곳곳에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아마존의 ‘뉴욕 제2본사’ 계획 전격 철회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뉴욕 14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등이 ‘부자 기업’인 아마존에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보다 낙후한 지하철 개선 등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에 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유치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아마존이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은 연 1000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부자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을 70%까지 올리자는 ‘부유세’를 제안한 인물로 유명하다.

계획이 무산돼 아마존이 약속했던 2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허공으로 날아가자 아마존 유치에 공을 들여왔던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과격론자들 책임론을 제기했다. 같은 당의 일부 급진 진보 정치인 때문에 세계 경제 중심지 뉴욕이 ‘기업하기 힘든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반감 기류를 방증하듯 뉴욕 유력 인사들은 지난 3월 1일 NYT에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라는 제목의 전면광고를 게재하고 백지화 결정을 재고해달라 요청했다. 맨해튼과 퀸스 일대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소속 캐롤린 멀로니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등이 공개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평생 민주당원’을 자처해온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은 지나치게 좌측에 편향돼 있다. 급진 좌파 정치인들이 아마존의 뉴욕 제2본사 계획을 무산시켰다. 도대체 상식이 어디로 갔느냐”며 무소속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쳐 민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슐츠 전 회장의 무소속 출마는 ‘반(反)트럼프’ 전선에 분열을 초래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부지리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sc20max@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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