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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 양회에서 외상투자법 통과시킨 중국의 의도-기술이전 강제 금지해 美 달래기…실효 의문

  • 김대기 기자
  • 입력 : 2019.03.18 10:56:36
3월 3일 막이 올랐던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3월 15일 폐막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양회에서 ‘경제’에 주안점을 두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경기 둔화 우려와 미중 무역전쟁 등 내우외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경기 부양과 대외 개방을 촉진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전인대 2차 연례회의 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4조1500억위안(약 7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리 총리가 밝힌 경기 부양 패키지는 지방채 발행을 통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대규모 감세와 같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다. 중국 당국은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쓰이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를 2조1500억위안으로 설정했다. 또 올해 세금과 사회보험료 경감 조치 등을 통해 기업들이 2조위안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이용 가능한 모든 재정정책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6%대 성장을 사수하겠다는 ‘바오류(保六)’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강력한 경기 부양 메시지가 양회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면 대미는 ‘외상투자법’이 장식했다.

중국 당국은 의도한 대로 전인대 폐막일인 3월 15일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켰다. 사실 70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경기 부양책과 외상투자법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카드였다. ‘경착륙 우려’로 대두되는 대내 위기는 강력한 부양책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인프라투자·감세 등 재정정책 쏟아내

주목할 대목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외 불확실성이 외상투자법과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자국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대외 위험 변수라 인식한다.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조속히 무역전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이유다. 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제안을 통해 ‘미국 달래기’를 하고 있다.

그 회유책 중 하나가 바로 ‘외상투자법’이다. 중국은 지난 1979년 시행된 중외합자경영기업법을 비롯해 외자기업법(1986년), 중외합작경영기업법(1988년) 등 외자 3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전인대를 통과한 외상투자법은 외자 3법을 통합한 새로운 법이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기존 외자 3법을 합친 외상투자법은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를 한층 더 드러낸 역사적 이정표”라며 “외자 기업과 국내 기업 간 공정경쟁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지난 8년 동안 묵힌 외자 3법 통합 작업을 지금에서야 급하게 마무리 지은 진짜 이유는 ‘미국’ 때문이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우선 외상투자법 주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외상투자법에는 중국 정부나 공직자가 외자 기업의 기술 강제 이전을 금지하는 규정이 담겼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기술 강제 이전 문제의 심각성을 강하게 제기하며 이 같은 관행의 전면 근절을 요구해왔다. 허웨이팡 베이징대 교수는 “외상투자법은 미국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중국이 성의 표시한 것”이라며 “중국이 무역전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26일 외상투자법 초안을 공개한 이후 불과 3개월도 채 안 돼 전인대 의결을 마친 것도 미국을 의식한 행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상투자법에 대한 기업 호응은 중국 당국이 기대하는 바와는 온도차가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기술 강제 이전 금지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이행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며 “외자기업뿐 아니라 중국 국내 기업도 법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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