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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급 취미로 등극한 '낚시 레저'-강·바다·스크린…온 가족 즐기는 레저로 ‘딱’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9.03.18 11:00:29
#1. 서울 화곡동에 사는 직장인 임지영 씨는 지난해 10월 난생처음 낚시를 해봤다. 배낚시를 즐기는 6시간 남짓 동안 그가 잡은 주꾸미는 무려 150여마리. 먹다 지쳐 얼려놓은 주꾸미가 아직도 냉동실에 남아 있을 정도다. ‘생초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업적에 고무된 그는 그날 이후 낚시광이 됐다. 임 씨는 “낚싯줄을 던지는 족족 주꾸미가 끌려 나오는 손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배 위에서 바로 잡은 주꾸미로 끓여 먹은 라면 맛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우럭, 고등어 등으로 어종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2. 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황민 씨는 낚시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베테랑 낚시꾼이다. 최근 낚시 시장 저변 확대에 따른 이점(?)을 몸소 누리는 중이라고. 선주와 요금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대신 애플리케이션으로 배를 빌려 바다낚시를 떠나고 온라인 쇼핑으로 최신 낚시 장비를 주문한다. 황 씨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낚시 정보를 얻거나 용품을 구입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함께 낚시를 즐기는 동호회 구성원 연령층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대한민국이 ‘손맛’에 빠졌다. 낚시를 취미로 즐기는 강태공 숫자가 매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낚시 레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도 팽창 중이다. 낚시용품은 물론 낚시 O2O, 낚시 카페 등 전에 없이 새롭게 등장한 업종도 적잖다.

국내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업계 최초로 낚시 전문관을 선보였다. 스크린낚시 시장도 덩치를 키워가는 중이다. (사진 : 롯데백화점, 피싱조이 제공)

국내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업계 최초로 낚시 전문관을 선보였다. 스크린낚시 시장도 덩치를 키워가는 중이다. (사진 : 롯데백화점, 피싱조이 제공)



▶낚시 인구, 3년 만에 2배 ‘껑충’

▷온오프 유통 “강태공 잡아라”

국내 낚시 인구가 급증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4년 약 206만5000명이었던 배낚시 인구는 2017년 415만명까지 늘었다. 3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가파른 증가세다. 집계가 어려운 민물낚시 인구까지 더하면 국내 낚시 인구는 7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낚시 시장에 몰리는 돈도 증가세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낚시용품과 실내 낚시터 카드 결제액은 5년 전 대비 431%나 늘었다. 같은 기간 결제액이 53% 감소한 스키장과는 온도차가 크다. 실내 골프장(4%), 실외 골프장(11%)에 비해서도 결제액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2017년 낚시용품 수입액은 1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과거 레저업계 전통의 강호였던 스키·골프 수요가 줄어든 빈자리를 낚시가 대체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낚시 인기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2월 누적 낚시용품 판매는 2017년 대비 38% 늘었다. 낚시 공통 장비(92%), 낚시 세트(42%) 등 입문자용 상품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게 눈길을 끈다. G마켓 관계자는 “최근에는 2030세대와 여성도 낚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 구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디자인을 가미한 다양한 색상의 낚싯대 제품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낚시용품을 캠핑용품과 함께 구입하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아예 ‘낚시 전문관’을 새로 오픈하며 강태공 공략에 나섰다. 그동안 게이밍 PC·게임기 전문관 등 새 트렌드에 발맞춰 전문관을 늘려온 쿠팡이 지난해 11월에는 낚시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낚시 전문관에서는 바다낚시, 민물낚시, 낚싯대 등 11개의 용품을 세부 카테고리로 나눠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월별 제철 물고기 캘린더’나 ‘어종별 추천 낚시용품’ 등 초보 낚시꾼을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3월에는 감성돔이 제철이라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돔낚시 전용 바다루어 낚싯대’를 화면에 띄우는 식이다. 이 밖에 ‘입질대박’ ‘머털낚시’ 등 기존 오프라인 낚시용품 전문매장 역시 온라인몰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쿠팡 관계자는 “다이와, 시마노 같은 일본 명품 낚시용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찾아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포인트다. 짧은 배송시간도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롯데백화점의 행보가 주목받는다. 지난 2월 청량리·대구·광복점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낚시 전문관인 ‘도시어부 스토어’를 오픈했다. 도시어부 스토어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웨스트우드’와 일본 ‘다이와’ 등 1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저변 확장하는 낚시 산업

▷O2O 서비스에 스크린낚시까지

낚시 O2O 비즈니스도 하나둘 생겨나는 중이다. 이제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숙박 O2O’와 비슷한 개념이다. 낚시 O2O 플랫폼은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낚시터나 선박 정보를 제공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와 매칭해준다.

업계 1위는 ‘물반고기반’이다. 국내 최초로 바다와 민물을 통합한 앱 기반 O2O 서비스로 론칭 1년 만에 앱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했다. 바다 배낚시는 물론 갯바위, 민물의 연안이나 수상 낚시터를 앱을 통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전국 4000개 항구 정보와 민물낚시 포인트 정보를 무료 제공한다. 앱이 나온 지 2개월 만에 50억원 투자를 받았을 만큼 관심도 뜨겁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마도로스’는 바다와 배낚시에 집중한다. 바다낚시용 선박 300척과 제휴를 맺고 원하는 지역과 어종에 따른 선박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9월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최근 30억원 투자까지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조맹섭 마도로스 대표는 “현재 낚시 시장은 수년 전 펜션 시장이 급성장하기 직전과 많이 닮았다. 낚시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향후 전망도 매우 밝다. 마도로스가 직접 매입해 운영하는 직영 선박을 지난해 세 척에서 올해 열 척 이상으로 늘린 것도 이 같은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먼 바다가 아닌 도심에서 낚시를 즐기고자 하는 수요도 증가일로다. 최근에는 ‘스크린낚시’까지 등장했다. 골프존과 스크린야구 프랜차이즈 ‘스트라이크존’을 운영하는 뉴딘콘텐츠는 지난 2017년 9월 스크린낚시 브랜드 ‘피싱조이’를 선보였다. 넓은 스크린과 낚싯대 센서를 통해 실제 낚시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싱조이는 낚시 인기를 등에 업고 최근 매장을 12호점까지 늘린 상황이다. 뉴딘콘텐츠 관계자는 “장비나 날씨 구애 없이 도심에서도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픽과 센서가 정교하게 구현된 덕에 실제 낚시에 나가기 전 연습 삼아 찾는 고객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낚시 인기 급증 배경은

▷낮아진 가격 진입장벽 효과

한국에 때아닌 낚시 붐이 불어닥친 이유는 무엇일까.

낚시 진입장벽이 개선된 덕이 크다. 낚시는 꽤 비싼 스포츠다. 낚싯대, 릴 등 장비를 맞추는 데만도 돈이 꽤 든다. 배를 빌리는 선비가 1시간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낚시가 ‘중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낚시용품과 선박 대여비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가격도 훅 떨어졌다.

가격이 떨어지니 초보자가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했다. 낚시가 성별·연령을 불문하고 ‘국민 취미’로 거듭난 배경이다. 조맹섭 대표는 “배낚시 예약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마니아 방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해와 동해보다 서해안을 찾는 이가 많았다. 입문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객 연령도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오는 가족 고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10년째 낚시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황민 씨 역시 “골프 같은 운동과는 달리 낚시는 가족과 함께 즐기기 딱 좋은 레저다. 특히 주꾸미나 갑오징어 같은 루어 낚시는 실력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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