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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영화 '돈' 조우진 | "돈이 사람 밑에 있어야만 세상이 밝아진다고 봐요"

  • 한현정 기자
  • 입력 : 2019.03.18 11:29:55
쇼박스 제공

쇼박스 제공

“돈은 쉬워요. 사람이 어렵지.”

신작 ‘돈’(감독 박누리)에서 불법거래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금융감독원 수석검사 한지철로 분한 조우진(40)은 이같이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이 영화를 찍는 내내 ‘돈’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 그런 결론을 내렸다. 돈은 엄연히 사람 밑에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세상이 밝고 긍정적이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 7조원이 오가는 대한민국 ‘돈의 메카’인 여의도가 배경. 장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열심히 일해 버는 돈이 아닌,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상식이 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담았다.

“인물 간 얽히고설킨 감정의 진폭이 크고, 감정선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데다 캐릭터마다 돈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 흥미로웠어요. ‘돈’이라는 밀착된 소재에 영화적 재미를 가득 담아 지루할 틈 없이 속도감 있게 그려져 좋았고요. 메시지 역시 쉽고 분명해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극 중 부당한 주식 작전 냄새를 맡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일명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불리는 한지철을 연기한 조우진은 “사냥개라는 별명을 들었을 때 ‘집요함’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일에 빠져 사는 직장인이 있는데 그분을 모델로 삼았다. ‘저이는 가정이 있을까, 친구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삶의 모든 부분이 일에 치우쳐 있더라. 한번은 ‘집에는 가느냐’고 물으니, ‘여관이 집’이라고 하더라. 거기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지철의 대사 중 ‘너희가 쉽게 돈을 버는 게 싫어!’라는 부분이 있어요. 그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대사죠. 돈은 일한 만큼만 그리고 정당하게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의로운 인물이에요. 우리 영화가 다루는 큰 주제 중의 하나를 담고 있죠. 타고난 사냥개였다기보다는 변모한 세상에서, 어떤 불편한 이면을 장기간 목도하며 독해진 인물이라고 해석했어요.”

지금까지는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지만 영화를 찍으며 달라졌다는 조우진. 고민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단다.

“ ‘돈은 어떤 가치로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될까’ ‘어떻게 잘 벌고 잘 써야 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는 그는 “최근 가정을 꾸린 데다 무명이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돈이 조금 생기기는 했다. 보다 가치 있는 방향으로 돈을 벌고 써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털어놨다.

“돈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도, 어떤 목표를 세우지도 않고 살아왔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주 근원적인 부분부터 현실적인 것까지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 돈이란 것은 엄연히 사람 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확고하게 갖게 됐죠. 노력한 만큼 벌되 그것을 잘 나눌 수 있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문득 “아내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을 칠 것 같다. 이 정도로 내가 개념이 없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라며 멈칫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고는 이내 “고백하자면 통장만 내게 있고 모든 돈 관리는 아내가 한다. ‘장가가면 돈이 모인다’는 얘기가 딱 내 경우더라. 이제는 돈에 대한 책임감이, 실질적인 고민이 커진 만큼 잘 관리해나갈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한때는 ‘넌 아무것도 못할 거야’ ‘널 뭘 보고 믿지?’ 등의 말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배우로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자유롭게 변주하고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니까요. ‘돈’은 그런 면에서 제게 이미 선물과 같은 작품인데 개인적인 부분까지 얻은 게 많아요. 관객들에게도 우리 영화가 생각지도 못한, 아니 기대 이상의 기분 좋고도 유익한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0호 (2019.03.20~2019.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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