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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만가는 브렉시트, 이번엔 英하원의장 `태클`

김덕식 기자
입력 : 
2019-03-19 17:56:08
수정 : 
2019-03-19 20: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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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 내용 안바뀌면
3차 승인투표 불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초읽기에 몰린 영국이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났다. 영국 하원의장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세 번째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나선 탓이다.

영국 언론들은 승인투표를 실시하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 시기는 당초 예상됐던 6월 말보다 더 길게 연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다시 표결을 하려면 지난 12일 부결된 것과 다른 안건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새로운 안건은 이전과 근본적으로 동일하거나 똑같은 안건을 내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혔다.

20일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3차 승인투표를 하려면 이전 합의안에서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합의안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EU와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20일까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버커우 의장의 결정이 브렉시트 과정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버커우 의장은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과 사실상 내용이 같은 안건을 의회에 다시 제출하는 건 1604년부터 이어져 온 강력하고 오래된 의회 절차에 반하는 일"이라며 "이번 투표가 의미 있게 치러지기 위해서 영국 정부가 반드시 쳐야 할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하원의장은 하원의 최고 권위자로 토론 주제 설정과 의원 발언권 부여, 의원들이 표결할 안건 등을 선택할 권한을 갖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마저 거부당하자 20일까지 다시 한번 의회에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여부를 묻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1일 EU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만나 6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고,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장기간 연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원의장의 반발로 연기 방안마저 꼬이게 된 것이다.

앞서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 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승인투표는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반발로 모두 부결됐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브렉시트 강경파는 EU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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