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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LG 일감몰아주기 의혹 대대적 조사

정석우 기자
입력 : 
2019-03-19 17:52:56
수정 : 
2019-03-19 23: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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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조사 의외" 갸우뚱
총수지분 없는 판토스
사익편취와 거리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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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LG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LG전자나 LG화학 같은 주력 계열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있는 물류계열사 판토스에 부당 지원을 했는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등에 조사관 30여 명을 보내 현장조사에 나섰다. LG트윈타워에는 이 그룹 지주회사인 LG와 LG전자, LG화학, LG상사 등이 소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LG 광화문 타워에 있는 판토스 역시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토스는 LG전자 TV와 냉장고, 세탁기, 홈시어터, 정수기 등의 이전 설치를 담당하는 물류기업이다.

2017년 기준 LG전자(매출액 비중 35.4%)뿐 아니라 LG화학(21.0%), LG상사(1.4%) 등 주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5월 기준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현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판토스 지분 비중이 19.9%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삼성과 SK를 필두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제재를 반복해왔다. 이 같은 업무를 전담할 '기업집단국'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19일 전격 단행한 LG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는 이 같은 연장선에서 해석하기 어렵다. 그간 조사는 태광그룹처럼 일감 받는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 비중이 현저하게 높거나 한진그룹처럼 별도의 사회적 이슈로 문제가 됐던 기업들이 대상이었다.

2013년 신설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정은 총수 일가 지분 비중이 20% 이상(비상장사 기준·상장사는 30%)인 계열사에 주력 계열사가 물류나 SI(시스템 통합), 광고 업무를 몰아주는 행위를 비교적 손쉽게 제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 부당지원 행위 제재 규정은 일감 몰아주는 회사가 일감 받는 회사에 현저하게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일감을 줬다는 점을 입증해야 회사 처벌이 가능했는데, 물류와 SI, 광고 부문 특성상 이 같은 '특혜성' 입증이 어려웠다. 총수 지분이 일정 수준을 웃도는 계열사에 일감을 주되 효율성이나 보안성, 긴급성 같은 명분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제재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지목된 LG그룹 계열사는 이 같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제재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판토스의 총수 일가 지분 비중은 지난해 5월 기준 19.9%로 기준 이하인 데다 그마저도 연말에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결국 공정위가 정조준한 시기는 LG그룹 총수 일가가 판토스 등 지분을 정리하기 전인 지난해 말 이전이다. 지난해 5월 고(故) 구본무 명예회장 별세 후 LG그룹이 한창 승계 중인 시기라는 점에서 LG그룹은 당혹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기업 지배구조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그룹"이라면서 "공정위가 LG 조사에 착수했다는 뜻은 향후 다른 그룹까지 전방위 조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LG 측은 말을 아꼈다. LG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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