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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공격투자·배당확대 부메랑…실제 해외채권시장선 특급대우

정석환,조희영 기자
정석환,조희영 기자
입력 : 
2019-03-19 17:39:52
수정 : 
2019-03-20 09: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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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韓기업 신용도 경고

지속적인 기업인수·합병도
향후 재무상태 부담 가능성

수출입銀 7억5천만 유로 잭팟
발행규모 4배 수요에 물량늘려
中정책銀 보다 만기 길고 금리↓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도 한몫
사진설명
S&P가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제기한 배경으로 공격적인 재무정책과 비우호적인 대외환경이 꼽힌다. S&P는 공격적인 재무정책과 관련해 주요 기업들의 투자지출 증가, 주주 환원(배당 및 자사주 매입) 확대, 지속적인 기업 인수·합병(M&A) 등이 향후 기업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주 환원 확대와 관련해 S&P는 현대모비스와 SK E&S 등을 사례로 꼽았다. S&P는 현대모비스와 관련해 "현대모비스는 2019~2021년에 걸쳐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 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평균 연간 배당금 규모인 3000억~40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SK E&S에 대해서도 S&P는 "SK E&S가 향후 2년 동안 연간 4000억~6000억원 규모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로 인해 24개월 동안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K E&S는 지난해 자회사인 파주에너지 지분 49%를 매각해 얻은 순현금수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SK E&S의 배당금 총액은 약 6720억원으로 최근 몇 해 동안 연간 배당금인 1000억~3000억원 수준보다 크게 높아졌다. S&P는 투자 지출 증가 및 지속적인 기업 M&A에 대해서도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 지출, M&A 규모나 추진보다는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P는 LG화학에 대해 "2019년 역대 최대 규모인 6조2000억원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에 투입할 예정"이라며 "LG화학 연간 추정 영업현금 규모가 3조5000억~4조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설비 투자 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향후 2~3년 동안 2조~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대할 계획을 세운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도 S&P는 "원유시장 변동성과 수요 둔화로 인해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24개월 동안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M&A를 통해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SK텔레콤과 KCC에 대해서도 재무 부담 가능성을 제기했다.

S&P는 SK텔레콤에 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ADT캡스를 7020억원(지분 55%)에 인수한 데다 연결차입금이 1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5G 투자 부담으로 인해 SK텔레콤 지출이 향후 2년간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P는 KCC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KCC는 지난해 9월 컨소시엄을 통해 세계 2위 실리콘 생산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를 약 30억달러에 인수했다. S&P는 이로 인해 KCC 재무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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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가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대해 경고를 내렸지만 실제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변동성이 심화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 자산에 대한 안정성을 보여주고 신용도를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수출입은행은 19일 5년 만기 7억5000만유로(약 9616억원) 규모 유로화 채권을 실질금리 0.411%에 발행했다고 밝혔다. 최초 제시금리는 유로화 미드스왑(0.091%)에 45~5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북빌딩(수요예측)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유로화 미드스왑에 32bp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북빌딩 결과에 따르면 120개 기관에서 19억유로(약 2조4400억원)를 주문했다. 수출입은행은 당초 유로화 채권을 통해 5억유로를 조달하려고 했지만 북빌딩 과정에서 4배에 가까운 수요가 몰리자 발행 규모를 급하게 7억5000억유로로 50%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이번 유로화 채권의 스프레드와 실질금리는 역대 한국물 유로화 채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은 "2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려에도 한국 경제에 대한 강한 신뢰를 확인한 셈"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심한 최근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의도롤 잘 파악하고 시장에 접근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채권 발행은 아시아, 중동, 유럽 등에서만 주문을 받았다. 유럽과 중동 투자자에게 각각 46% 배정됐고, 나머지는 아시아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투자자 유형별로는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가 44%를 차지했고,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이번 딜은 유로본드(RegS) 형태로 진행돼 아시아, 중동, 유럽 등에서만 주문을 받았다. 유럽과 중동 투자자에게 각각 46% 배정됐고, 나머지는 아시아 투자자들이 받았다. 투자자 유형별로는 투자국 중앙은행이 44%를,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각각 28%, 20%를 차지했다. 보험사는 8%다. 이번 발행은 UBS,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 소시에테제네랄이 주간했다. 수출입은행의 이번 성적표는 중국 정책은행의 유로화 채권 발행 결과와 비교할 때 더욱 성공적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올해 3월 3년 만기 10억유로 규모 유로화 채권을 유로화 미드스왑에 47bp를 가산한 조건에 발행했다. 중국개발은행은 지난해 12월 4년 만기·8억유로 규모 유로화 채권을 미드스왑에 60bp를 가산한 조건에 발행했다. 만기가 짧아질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출입은행이 중국수출입은행, 중국개발은행보다 더 긴 만기에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 자산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정석환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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