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에 벨기에 있다

대구 | 황민국 기자
왼쪽부터 에드가, 세징야, 김대원.

왼쪽부터 에드가, 세징야, 김대원.

축구 팬들은 요즘 달구벌에서 시작된 축구 동화에 흠뻑 젖었다. 재정이 열악한 시·도민 구단 대구FC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고 있어서다.

대구는 지난 12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조 1차전에서 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3-1로 제압했다. 처음 참가한 ACL에서 2연승을 내달린 대구는 16강 진출의 희망도 키웠다. 대구의 선전은 ‘역습의 장인’으로 불릴 정도로 치밀한 연구로 쌓아올린 디테일에 있다.

객관적인 전력의 약세를 인정하고 역습의 날카로움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안드레 대구 감독은 “역습에 대한 자세한 디테일은 비밀”이라고 말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살펴보면 해답을 알 수 있다.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로 발돋움한 ‘벨기에식 스리톱’이다.

조광래 대구 사장과 안드레 감독은 벨기에가 전방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공을 뺏은 뒤 공격으로 전환하는 역습 패턴에 영감을 얻었다. 벨기에는 장신(1m90) 골잡이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타깃형이 아닌 오른쪽 측면으로 빠지면서 수비까지 책임진다. 대부분 큰 선수는 전방에서 몸싸움만 한다는 선입견을 깼다. 또 드리블의 마법사인 아자르(첼시)와 케빈 데 브라이너(맨체스터 시티)는 왼쪽과 중앙을 오가면서 공수의 템포를 책임진다. 벨기에는 선수 전원이 수비에 힘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발이 빠르고 역습을 간결한 패스로 풀어간다는 점이 대구 선수들이 벤치마킹하기 좋았다.

예컨대 신장이 1m91인 에드가가 루카쿠처럼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를 책임지면서 역습을 펼칠 땐 돌격 대장처럼 득점에 힘을 쓰고, 발 빠른 김대원과 기술이 좋은 세징야는 각각 아자르와 데 브라이너처럼 유기적인 역습을 풀어간다. 그 효과는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대구가 올해 기록한 9골에서 8골이 세 선수의 발에서 나왔다. 에드가는 4경기 연속골(5골)을 자랑하고, 세징야는 4경기 연속 어시스트(1골·5도움)를 기록했다. 신예인 김대원도 어느새 2골·1도움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김대원은 “에드가와 세징야의 볼 간수 능력이 좋다보니 역습을 풀어갈 때 서로 믿음이 크다”며 “다 같이 수비를 하다보면 골 찬스가 계속 나온다”고 활짝 웃었다.

대구의 역습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벨기에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넘어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스리백에 두 단계 ‘포어체킹(전진압박)’을 섞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2선에선 에드가와 김대원이 좌우 측면 돌파를 먼저 차단하고, 마지막 수비에선 수비수 홍정운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어떤 상황에서든지 최소한 2명이 1명을 막는 형태를 이룬다. 그러다가 상대가 틈을 보이면 역습으로 뛰쳐나간다. 대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무조건 역습으로 풀어갈 때 6초 안에 슈팅으로 연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골이 터지든 안 터지든 빠르게 슛이 나오니 상대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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