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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뉴 실버 세대-유스 패션, 뉴 실버 세대의 롤 모델

입력 : 
2019-03-13 16: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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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귀에 못 박히게 들어온 단어. 그렇다면 이 시대가 그려 내는 노인들의 이상적 롤 모델은 어떤 모습일까. 긍정적인 실버 세대를 디자인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 2년. 앞으로 10년 안에 한국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 말 그대로 백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백세 시대. 결코 아름답기만한 단어는 아니다. 노후 대책이라는 막막함, 은퇴 후의 무기력함이 낳을 수많은 사회 문제는 상상만 해도 먹먹하다. 그래서! 사회는 건강하고 활기찬 실버 세대를 디자인하고자 한다. 젊은이들이 봐도 멋진 ‘쿨한 실버 세대’를 말이다. SNS가 일상이 된 요즘, 이 화두에 걸맞은 인물이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건 어렵지 않다. 특히 ‘좋아요’의 주인공이 되는 이 시대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공통된 코드가 있다. 바로 ‘패션’이다. 그들의 패션은 우아한 어른 패션이 아니다. 로로피아나 캐시미어에 에르메스 가방 같은 돈 많은 어른식 스타일링으로는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없다. 그들이 열광하는 실버 패션은 바로 그들과 꼭 닮은 패션이어야 한다. 유스 컬처를 입은, 스웩이 있는 그랜파, 그랜마!

요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큰 형님, 김칠두 님이 딱 그렇다. 주름 가득한 얼굴에, 강력한 웨이브의 백발, 늘씬한 키, 날렵한 몸을 자랑하는 64세 시니어 모델이다. 그는 최근 10대와 20대의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순댓국집 주인으로 살아온 그가 어린 시절 꿈이던 모델 일에 도전했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를 SNS 스타로 만든 건 ‘힙한 패션 코드’ 때문이다. 1020세대가 즐겨 입는 옷과 액세서리를 아무렇지도 않게(아니 더 멋지게!) 소화해 낸 그를 보는 것은 무조건 즐겁다. 세대를 불문하고 그 경쾌한 리듬에 기분이 좋아진다. 놀라움을 넘어 긍정적인 세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이가 든다는 게 ‘노쇠’가 아니라 ‘노련’한 이미지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노련함! 뭐든 소화 가능한 노련함이야말로 시대가 원하는 실버 세대의 이미지 디자인이다.

일본에서도 실버 패셔니 스타가 화제다. 그것도 인스타그램에서. 바로 bon, pon 부부다. 은퇴 후 부부의 커플 룩을 인스타에 올린 것이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어 팔로어 숫자만도 80만 명이 넘는다. 그들의 패션 역시 젊다. 심지어 깜찍 발랄하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커플 룩을 누구보다 제대로, 당당하게 연출하는 이들 부부의 활기찬 에너지는 동서를 불문하고 고스란히 전해진다. 팔로어들은 대체적으로 ‘저렇게 늙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bonpon 커플은 그 어떤 사회 운동가보다 밝고 긍정적인 사회를 일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커플 룩을 담은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라는 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 그 증거다.

바로 이거다. 지금의 사회가 원하는 실버 세대의 롤 모델 디자인은 ‘패셔너블함’이다. 패셔너블하다는 것은 트렌드, 여유, 에너지를 함축한다. 여기에 더해 독립성까지.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아야 하는 노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자신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액티브 시니어’. 이것이 바로 시대가 원하는 실버 세대 롤 모델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프리즘웍스, @bonpon511, @cildugim]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0호 (19.03.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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