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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눈에 띄는 CEO | 박현주 김광수 김남구 정태영 김용범 실적·핀테크·해외 진출·신사업 돋보여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9.03.11 09:13:45
부문별 순위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그리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4대 금융그룹 회장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백전노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선전했다.



1. 영향력 부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여전한 존재감

‘금융 CEO 단골손님’ 박현주 회장은 영향력 2위, 글로벌화 2위 등에 힘입어 종합 4위를 거머쥐었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해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에서 전격 물러나고 대신 글로벌 경영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에셋대우홍콩 회장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전략최고책임자(Global Investment Strategy Officer)를 맡았다. 해외 사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그 자신이 총대를 멘 것. 회사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금융 CEO 영향력 부문 2위에 오른 것이 이채롭다. 금융계에서는 여전히 그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그가 직접 뛰어든 글로벌 경영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홍콩은 지난 1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중국 유니콘 기업 마오얀엔터테인먼트의 홍콩 IPO(기업공개) 공동주관사로 선정됐다. 마오얀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온라인 영화 시장에서 점유율 61%(2018년 상반기 기준)를 가진 중국 최대 영화 티케팅 업체다. 홍콩 현지 투자은행(IB)들과의 경쟁을 뚫고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기업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종합 8위를 지켜냈다. 부문별 순위는 영향력 7위, 글로벌화 8위다. 중소 금융사 가운데서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2014년 말 부임한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5년간 그룹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주가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2014년 1353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2017년 3551억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을 필두로 임직원들이 2016년부터 4년 연속 자사주를 매입, 책임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또 근속 5년에 1회씩 최장 30일 사용할 수 있는 ‘직원 안식월’을 도입, 증권가 ‘워라밸’ 개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2. 핀테크 혁신 부문

▶김남구 한투 부회장, 카뱅 호조에 활짝

김남구 부회장은 핀테크 혁신 4위, 사회적 책임 6위, 영향력 8위로 종합 7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2005년부터 14년째 한국투자증권 등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국내 리딩 증권사로서 탄탄한 실적을 이룩해온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2.7%를 기록,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넘는 증권사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최초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김남구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을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은 특히 핀테크 혁신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인터넷은행 1위인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그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유상증자와 신사업 확대에 성공,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 10조7407억원, 영업손실 1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자산 규모가 83.8% 급증하고 영업손실은 84% 급감한 성적표다. 이런 추세라면 카카오뱅크는 예상보다 빠르게 올해 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유력시된다. 김 부회장은 또 지난해 투자금융본부 소속 임직원 2명에게 오너인 자신보다 더 높은 보수를 지급, ‘성과에 따른 보상’이란 약속을 지켜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3. 사회적 책임 부문

▶김광수 NH농협 회장 ‘빅5’ 3관왕

김광수 회장은 사회적 책임 3위, 영향력 4위, 핀테크 혁신 5위에 올라 종합 6위를 기록했다. 4대 금융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금융 CEO 3개 부문에서 빅5에 오른 인물은 김광수 회장이 유일하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김 회장은 1년 만에 NH농협금융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조2189억원을 기록, 전년(8598억원) 대비 42% 급증했다. 이는 2012년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최고 실적이며 2007년 ‘1조 클럽’에 처음 진입한 지 11년 만의 복귀다.

특히 NH농협금융은 태생적 특성에 맞게 사회적 책임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7조원이 넘는 영농자금을 공급한 데 이어 농식품 산업 육성과 농식품 기업 지원에도 20조원 넘는 자금을 공급했다. 지난해 사회공헌비로 쓴 1000억원과 농협중앙회에 낸 농업지원사업비 3858억원을 포함하면 실제 순이익은 1조7000억원에 달했다.

NH농협금융은 올 들어서는 지속가능채권(조달한 자금을 사회 문제 해결이나 친환경 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채권) 발행에 나섰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의 존재와 성장 기반의 핵심은 고객, 농업인, 농축협”이라며 “촘촘한 소비자 보호와 국민의 농협 구현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 글로벌화는 NH금융지주의 해묵은 과제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글로벌 부문 순이익은 183억원 수준으로 전체 이익의 1.5%에 그쳤다. 김 회장은 글로벌화 부문에서는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이에 김 회장은 최근 글로벌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21~28일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을 직접 방문, 현장 경영에 나섰다. 농협은행이 해외영업망을 구축한 동남아를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해외 진출 전략을 구상 중이다.

4. 글로벌화 부문

▶현대캐피탈, 해외법인 ‘最多’ 금융사

정태영 부회장은 종합 9위다. 종합 10위였던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것은 글로벌 경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평가에서는 글로벌화 부문 10위 밖이었지만 올해는 4위로 당당히 빅5에 들었다. 영향력과 핀테크 혁신 부문에서도 각각 6위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9개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 금융사 중 해외법인이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지난해 3분기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최대 44% 늘어나는 등 성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콘퍼런스 ‘IBM THINK 2019’에 한국 기업인 최초로 연단에 올라 이 같은 글로벌 경영의 필요성과 디지털 혁신 경영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8호 (2019.03.06~2019.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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