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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수출 둔화 시대 성장전략 소비 활성화 방안 급선무

  • 입력 : 2019.03.11 09:54:37
  • 최종수정 : 2019.03.11 15:52:51
글로벌 교역이 갈수록 둔화하는 모습이다. 1980년대 말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세계 교역 증가율은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교역 부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반세계화’ 여론 확산, 미중 간 헤게모니 분쟁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교역을 더욱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 1월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당장의 부진만은 아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연평균 실질 수출 증가율은 2% 남짓으로 2000~2013년 증가율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2014~2017년에는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4년 연속 실질 수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을 지속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수출에 ‘경제성장 엔진’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출 이외 부문이 성장 부담을 나눠 맡을 수밖에 없다. 총수요에서 수출을 보완할 수 있는 항목은 소비와 투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7년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3.4%로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반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1.1%로 높은 편이다. 투자는 그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므로 소비가 적절한 대안이다.

실제 2014년 수출 부진에 직면했을 당시 박근혜정부는 주택 경기와 건설투자 부양을 통해 수출의 성장 기여 하락을 보전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주택 투자를 중심으로 건설투자는 20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고, 2016년 전체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건설 투자가 기여했다.

수출 둔화폭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계소비의 성장 기여를 통해 수출 부진을 보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전략이다. 앞에 말한 대로 우리나라는 가계소비 GDP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경상수지도 대규모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가계소비를 확대할 만한 여지가 크다. 또 소비는 개인 후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의 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전략은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

우리나라는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구조가 장기간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2000~2018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연평균 약 0.8%포인트 낮았다. 소비가 성장의 엔진 역할을 분담하려면 장기간 고착된 소비 저성장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소비 저성장은 가계소득 증가 부진과 소비성향 하락에 기인한다. 소비 활성화 정책 역시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 가계소득은 고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일자리 창출 노력이 중요하다. 또 가계소득 지원정책은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 계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노후 불안이 가계소비성향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란 점을 고려하면 노인 빈곤율 저하에 주력하는 것도 바람직한 정책이다.

소비 활성화 정책과 함께 수출 둔화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수출 상품을 발굴하고 기존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인도나 아세안 등에 초점을 맞추거나 미중 무역마찰을 역으로 활용하는 틈새 전략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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