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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0.5배 미달 '초저평가株' 주목하라…JB(금융지주)·엠에스오토텍·코오롱글로벌 '싸다 싸'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3.11 10:56:02
탈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전력이 원자력 발전 회복과 원료비 하락으로 반등을 노린다.

탈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전력이 원자력 발전 회복과 원료비 하락으로 반등을 노린다.

연초 증시는 외국계 패시브펀드발 자금 유입으로 깜짝 ‘안도 랠리’를 이어갔다. 패시브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지수 등락폭만큼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외국계 자금 유입은 수급 측면에서는 호재였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밝아서는 아니었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올 1분기 실적에 주목해 개별 종목 장세를 대비할 것을 권했다. 특히 아직도 주가 수준이 청산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저평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증권가에서 통상 저평가 종목을 고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다. PBR 배수가 1배 미만일 경우 현 주가 수준은 해당 기업의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즉, 기업이 파산해 청산하는 상황을 감안해도 지금 시가총액보다는 더 받는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PBR 0.5배 미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수해도 큰 손실 날 걱정이 없다. 둘째는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이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이익에 견줘 몇 배의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준다. PER이 5배수 미만일 경우 초저평가 영역으로 분류된다.

물론 PBR 0.5배 미만, PER 5배 미만이라고 무조건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현저한 저평가’ 꼬리표를 늘 달고 다니는 종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초저평가 종목을 고를 때도 몇 가지 단서가 따른다. 무엇보다 PBR이 0.5배 미만이고 PER이 2~3배에 불과한 종목이라 해도 영업실적과 신성장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주가가 싸서, 혹은 눈길 끄는 테마여서 눈을 돌리기보다 기업 펀더멘털에 기초해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년 대비 매출, 영업이익 증가율이 10~20% 이상이라면 무리가 없다.

중소형주는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부채비율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체로 부채비율 150% 이하라면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차입금 대비 현금성 자산을 나타내는 순부채비율, 현금흐름표상 영업활동현금흐름 흑자 여부 등을 추가로 살핀다면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특히 현금흐름표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소위 ‘흑자 부도’ 가능성을 살피는 필수 지표다. 재고자산을 원가 처리하지 않고 매출채권으로만 인식할 경우 손익계산서상 흑자라고 해도 실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은 거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외 대주주나 CEO가 해당 업종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사기·횡령·배임 등의 도덕적 결함이 있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배당 시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차등 배당 실시 등 주주환원정책도 따져보면 좋다.

대형주 중에는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종목이 몇 있다.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한국전력의 2019년 예상 실적 기준 PBR은 0.3배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초저평가 구간이다. 한국전력은 올 1분기 매출액 16조789억원, 영업이익 2883억원을 각각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분기 1276억원의 영업손실과 25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올 1분기는 영업이익 2883억원, 순이익 2559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19년 원자력 발전 계획예방정비 일수가 전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 원전 이용률이 80% 안팎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운영허가를 얻은 신고리 4호기가 9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하면 원자력 발전량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력 발전 회복과 더불어 유가와 석탄 가격 등 원료비 하락도 호재다. 이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와 재고 증가로 원료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 업종에서는 포스코가 눈에 띈다. 포스코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BR 0.4배 수준. 실적, 수익성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저평가 끝판왕’ 타이틀을 붙여도 될 정도다.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9733억원으로 2등 현대제철(1조2992억원)과 3조6741억원의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추정 ROE(자기자본이익률)는 6.7%, 영업이익률은 12.4%를 각각 기록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자동차·철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려가는 가운데 조선용 철강(후판) 가격 인상을 선언했는데, 이 선언이 실적을 견인할 요인이다. 올 상반기 후판 공급가격을 놓고 조선사와 협상 중인데 t당 5만원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 자회사였던 인도네시아 제철소(크라카타우포스코)가 지난해 처음 흑자전환한 것도 호재다.

금융업종에서는 JB금융지주가 PBR 0.35배로 초저평가돼 있다. 2019년 J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3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광주은행의 100% 자회사 편입 덕분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광주은행은 호남 지역에서 압도적인 영업 기반을 바탕으로 집단 중도금 대출을 수도권에서 확대해왔다”며 “이는 더 높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전환돼 올해 연결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B금융지주는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높지만 자본비율이 낮아 증자 우려 등으로 주가가 부진했는데 수년간 리테일 부문에서 성장을 거듭한 덕분에 이런 약점이 개선됐다는 진단이다.

자동차 부품 업종에서는 초저평가 종목이 수두룩하다.

최근 중소형 자동차 부품사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 늘었다. 전년 실적이 워낙 나빴던 탓에 기저효과 덕을 봤고 ‘팰리세이드’ 등 현대차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부품업계 전체적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 신차 덕분에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며 부품사 수익률이 개선됐다.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가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엠에스오토텍 상승세가 매섭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지난 3월 6일까지 주가가 70%가량 상승했다. 엠에스오토텍은 자동차 차체 부품을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현대차와는 30년 가까이 1차 벤더관계를 유지해온 업체다. 호재는 최근 공시된 알짜 계열사 명신산업의 합병이다. 엠에스오토텍은 계열회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기존 보유 지분에 더해 명신산업의 남은 지분 전량을 취득하기로 했다. 명신산업은 최근 3년 매출액 1800억원, 영업이익 90억원 안팎을 기록하던 알짜회사. 합병 덕분에 엠에스오토텍은 2018년 매출액 8983억원, 영업이익 27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명신산업 합병 이후 엠에스오토텍은 9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영업이익률도 20%를 넘어간다. 주가가 상당히 올랐지만 3월 초 최근 시가총액도 920억원대에 불과하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은 5배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1982년 설립된 명신산업은 차체 소재를 950도 고온으로 가열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시키는 ‘핫스탬핑’ 공법을 활용해 강도는 높지만 가벼운 차체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이 높지만 2017년부터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3’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매출처 다각화에 나섰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고 있어 핫스탬핑 공법을 활용한 차량 경량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성우하이텍도 PBR 0.3배를 밑돈다. 현대차그룹에 범퍼 부속품을 독점 공급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한다. 2018년 들어 현대차 판매 부진이 발목을 잡았지만 4분기는 영업이익 29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8% 증가했다. 이 덕분에 올 들어 주가는 20%가량 올랐다. 골칫거리였던 중국법인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극도의 저평가를 점차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 건설업종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PBR 0.4배 수준이다. 이 회사는 올해 연결 매출액 3조65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 신규 수주액 2조8800억원으로 각각 1년 전 대비 8.6%, 56.4%, 27.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 포인트는 자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을 통해 벌이는 하우스렌털, 셰어하우스 등 신사업. 코오롱하우스비전은 기업형 하우스렌털 사업자로 지난해 12월 역삼동에 공유오피스, 공유주방, 공유거실 등이 포함된 공유주택 ‘트리하우스’를 선보였다. 문을 열자마자 펜트하우스를 포함한 50% 이상의 객실 임대가 완료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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