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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계열사 CEO 교체 폭풍 하나금융그룹-'젊은 피' 지성규 깜짝발탁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3.11 11:24:27
논란 끝에 KEB하나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지성규·황효상 KEB하나은행 부행장을 복수 추천, 이 중 지성규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고 밝혔다. 하나카드 신임 사장에는 장경훈 KEB하나은행 부행장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김희석 전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영입됐다. 하나에프앤아이 신임 사장에는 곽철승 전 하나금융지주 전무가 추천됐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외 하나자산신탁, 하나펀드서비스, 핀크 CEO는 유임됐다. 표면적으로는 정기인사 발표지만 하나은행장 선임을 놓고 다양한 소문이 난무하는 등 이번 인사에서도 하나금융그룹은 적잖은 잡음이 있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사진 가운데)은 채용비리 혐의를 받아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사진 가운데)은 채용비리 혐의를 받아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함영주 행장 연임 시도

▷금감원, 사외이사 일일이 불러들여

연초만 해도 함영주 하나은행장 연임이 사실상 기정사실이라는 분위기가 그룹 내부에 팽배했다. 이미 지난 1월 함 행장은 하나금융지주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으로 재선임됐다. 그만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주 부회장과 행장을 겸임해왔던 종전 관례에 따라 함 행장 연임은 당연한 수순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더불어 함 행장 임기 내 실적이 좋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조928억원으로 2년 연속 2조원 순익 시대를 열었다. 질적 성장도 이뤄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5조2972억원)과 수수료 이익(8384억원)을 합한 핵심 이익은 6조1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2%(5179억원) 늘었다. 연체율도 개선됐다. 0.25%로 통합은행 출범 후 최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0.21%포인트 하락한 0.52%로 통합은행 출범 후 역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형 성장은 물론, 내실을 다져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함 행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재선임된 후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행장 후보군(쇼트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았다.

하나은행 노조는 반대성명을 내며 우려를 표했다. 당시 노조 관계자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룹에서 워낙 강하게 밀어붙여서 사실상 연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노사관계 파탄을 초래한 함 행장인 만큼 연임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함 행장 임기가 다가올 즈음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을 불렀다. 차기 행장 선임에 중요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금감원 관계자와 나눈 대화의 주요 내용은 “재판받고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은행 경영에 집중할 수 없지 않느냐”였다. 더불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법률 리스크를 잘 체크해달라”며 이 사안을 계속 주시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참고로 함 행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상황이 급반전했다. 함 행장은 스스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3년 7개월 동안 통합은행장을 하면서 건강도 많이 나빠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 용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차기 경영구도는?

외압이든 내부 자정 분위기에서든 일단 인사는 결론 났다.

이번 인사에서 1963년생인 지성규 행장 내정자가 은행을 이끌기로 한 만큼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인 은행 분위기에서 CEO의 입사 연도나 나이는 조직 내에 상당한 임팩트를 줄 터다.

‘젊은 하나’ 이미지의 주역인 지성규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는 해외 진출과 디지털이다.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지 내정자는 전략, 재무, 영업 전반을 두루 거친 후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사장을 지냈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 시절에는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CEO로서의 자질을 입증해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ICT와의 제휴 경험이 풍부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란 평가도 나온다.

노조 반응이 긍정적이란 점은 청신호다.

하나은행 노조는 “조직 안정을 위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함영주 행장에게 경의를 표하며 환영한다. 무엇보다 도덕성을 갖추고 흔들림 없는 정도경영을 통해 ‘채용비리 은행’ ‘금감원 제재 최다 은행’이라는 실추된 이미지를 벗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오랜 내홍을 끊고 새 경영진으로 미래를 잘 그려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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