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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16년 만에 내한 독주회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병적인 완벽주의자…쇼팽 연주는 세계 최고

  • 김시균 기자
  • 입력 : 2019.03.11 11:40:08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독주회/ 3월 22~23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독주회/ 3월 22~23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지난해 10월 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3)이 15년 만에 내한했지만, 팬들은 얼마간 아쉬움을 안고 돌아가야 했다.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지휘 에사 페카 살로넨)와의 협연이었기에 거장의 피아노 연주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짧은 협연마저도 “올해 최고 공연으로 꼽을 만큼 연주 완성도가 발군이었다(황장원 음악평론가)”며 찬사가 쏟아졌고,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제발 리사이틀(독주회) 무대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마침내 이 폴란드 거장의 리사이틀 무대가 열린다. 2003년 6월 첫 리사이틀 이후 16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오는 3월 22~23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주최 측 마스트미디어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팬의 호응이 대단해 리사이틀을 거듭 요청했다”며 “바쁜 일정인데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최근 확정 의사를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 연주곡은 쇼팽의 스케르초 4개와 브람스 소나타 1·2번이다. 스케르초는 본래 악성 베토벤이 하이든과 모차르트에게서 미뉴에트를 계승해 그것을 대신하는 형태로 발전시킨 형식이다. 쇼팽의 스케르초는 특히나 그의 내적 심연을 가장 있는 그대로 토로하고 있는 독자적 악곡이다. 그 안에는 쇼팽만의 음울한 내면이 있는 그대로 엿보인다. 때때로 저만의 결기와 반항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이어지는 브람스 소나타 1번은 남성적인 야성미가 매력적이다. 반면 2번은 정열적이고 여성적인 섬세함이 가득해 1번과 상호 균형을 이룬다. 허명헌 음악평론가는 “롯데콘서트홀 음향을 완벽히 컨트롤하는 대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협연과 달리 앙코르곡을 들려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지메르만은 폴란드 카토비체 근교에서 태어났다. 6세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고 카토비체 음악원 안제이 야신스키를 사사했다. 19세인 1975년 제9회 쇼팽 콩쿠르에서 최연소 참가자로 우승한 후 각종 대회 주요상을 휩쓸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 명성을 쌓았다. 이후에도 프라하의 봄, 에든버러, 잘츠부르크 음악제를 포함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도 자주 공연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쇼팽 스페셜리스트다.

‘병적인 완벽주의’는 그를 따라다니는 단골 수식어다. 곡마다 최상의 완성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주의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연장에 배치된 피아노를 쓰지 않고, 전용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다니는 게 한 예다.

그런 그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들이 있다. 때와 장소는 2013년 독일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당시 그는 연주 중 한 관객이 스마트폰을 꺼내 무대를 녹화 중인 것을 보고 화가 나 연주를 중단하고 무대를 나갔다. 잠시 뒤 돌아와 “유튜브가 음악에 미치는 폐해는 지대하다”는 말을 던지며 남은 연주를 이어갔으나, 이날 예정된 팬사인회와 앙코르 무대는 모두 취소됐다. 오는 그의 무대에 앞서 “ ‘지메르만 심기 건드리기만(해봐)’ 캠페인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15년 쇼팽 콩쿠르 결선 당시에는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듣고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게 곧바로 연락해 이처럼 말했다고 한다.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협주곡을 이렇게 잘하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처음 봤다.”

워낙 칭찬에 인색한 인물이기에, 그와 막역지우인 사이먼 래틀은 이같이 말했다나. “여간해서는 남 칭찬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성진 칭찬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 양반 어디 아픈 것 아닌가 싶었다.”

[김시균 기자 sigyun38@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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