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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비즈니스 레스토랑’ 가이드] (26)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 'BLT스테이크' | 뉴욕 3대 스테이크 명성에 다이닝도 훌륭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9.03.11 11:45:41
  • 최종수정 : 2019.07.03 17:05:47
드라이에이징(잠깐용어 참조) 스테이크 전문점 ‘BLT스테이크’는 울프강, 피터루거와 함께 ‘뉴욕 3대 스테이크 하우스’로 꼽힌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 2014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호텔 2층에 문을 연 후 국내 스테이크 시장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BLT스테이크에 지난해 말 큰 변화가 있었다. 호주에서 다이닝 요리를 전공한 고준명 총괄셰프가 새로 부임한 것. 다이닝 전문가는 고기, 생선, 햄버거 패티, 새우 등 주로 굽는 요리 대신 애피타이저부터 일반적인 요리를 두루 잘하는 이를 가리킨다. 고 셰프는 현재 2주간 드라이에이징을 거쳐 만드는 립아이, 뉴욕 스트립, 포터하우스, 티본 스테이크 등의 숙성 기간을 다소 늘리고 다이닝과 스테이크의 조화를 추구하는 등 최근 영입한 그릴 마스터와 함께 BLT스테이크의 새로운 맛을 그려나가고 있다.

다이닝 전문가로서 고 셰프의 실력은 두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셰프 특선 코스에서 물씬 드러난다.

먼저 식전빵 ‘팝오버 브레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 촉촉한 미국식 빵이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홈메이드 버터 위에 듬뿍 올려진 트러플 크림을 찍어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이어지는 ‘훈제연어 요리’는 같은 연어를 ‘핫 스모킹’과 ‘콜드 스모킹’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했다. 전자는 씹는 맛을, 후자는 무스처럼 사르르 녹는 맛을 담당한다. 향신료, 소금, 설탕, 클로브 등에 절여 간이 밴 연어를 사과나무로 지핀 불의 연기로 훈제해 만들었다. 연어 위에는 카네이션, 팬지, 마리골드 등 ‘제철 식용꽃’이 얹힌다. 대부분의 식용꽃은 주로 비주얼을 위한 것인 데 반해 BLT스테이크에서는 실제 음식의 맛과 향에도 꽤 기여한다. 식물의 뿌리부터 줄기, 잎, 꽃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가진 맛을 최대한 살리려는 고준명 셰프의 음식철학에 기반한다. 그는 “꽃, 풀, 채소 중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꽃은 향과 맛이 서로 다르고 채소 중 비트와 브로콜리 잎은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무청이 시래깃국에 쓰여 별미가 되듯, 맛의 조화에 신경 써서 음식에 올린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순서는 ‘63도 에그’. 63℃ 저온에서 63분간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수란이다. 일반 수란이 흰자는 익고 노른자는 흘러내리는 데 반해 노른자도 흐르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 애피타이저는 ‘홍피망과 정어리, 리코타, 바질’. 홍피망은 안티 파스토(그릴에 구운 채소)로, 겉을 태운 뒤 껍질을 벗겨 안의 살만 사용한다. 리코타치즈는 직접 만들고 바질을 잎째로 곁들인다. 이채로운 것은 검은 올리브. 올리브를 완전히 말린 뒤 갈아서 만들었다. 고 셰프는 “메뉴명은 따로 정하지 않고 주재료와 부재료를 나열하는 편이다. 평소 여러 식재료 맛의 조합을 많이 생각한다. 재료가 많아지면 생각이 섞여 맛이 잘 안 그려진다. 이 때문에 접시에는 보통 5가지 이상 식재료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음식마다 적당히 씹는 맛을 가미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리 가슴살, 꿀에 절인 금귤, 냉이, 히비스커스’. 이 음식의 주인공은 닭발과 닭뼈를 3일간 졸여 만든 소스다. BLT스테이크 주방에는 항상 커다란 솥 하나가 달궈지고 있다. 고기 요리에 함께 낼 ‘주(jus)’ 소스(뼈를 장시간 졸여서 만든 소스)를 만드는 솥이다. 닭, 오리 등 가금류는 닭발과 닭뼈를, 소고기는 소뼈(사골)를, 양고기는 양뼈를 졸여 쓴다. 10㎏의 뼈를 3일 동안 고아내고 졸이는데 이 과정을 거쳐 500㎖~1ℓ의 초엑기스 소스가 만들어진다. 뼛속 젤라틴 성분에서 나오는 자연의 끈적함과 진한 맛이 일품이다.

오리 가슴살은 저온에서 수비드한 뒤 팬에 구워 낸다. 금귤은 토종꿀에 한 달간 절였다는데, 단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새콤달콤하다. 제철 봄나물인 냉이는 뿌리 쪽에 묻어 있는 흙을 칼로 다 벗겨내고 살짝 튀겼다. 바삭바삭 씹는 맛이 좋다.

다음은 ‘문어 디시’. 스페인산 문어를 올리브오일과 함께 진공 포장해 80℃로 2시간 동안 수비드해 만든다. 이 덕분에 육질이 마르지 않고 그릴에 구워도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다. 토마토 나폴리 소스 기반에 케이퍼, 양파, 절인 멸치, 그리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위해 청양고추를 가미했다. 입안에서 쫄깃 부드러운 문어살과 알싸하게 고개를 드는 매운 향이 어우러진다. 펌퍼니클(호밀을 거칠게 빻아 만든 가루 또는 거친 호밀가루로 만든 빵)을 완전히 건조시킨 뒤 파우더 형태로 갈아서 그 가루를 마늘오일과 같이 볶아 문어 위에 뿌려내는데, 바삭한 식감이 환상이다.

드디어 메인 요리인 미국산 프라임 안심 스테이크. 스테이크 위에 아스파라거스 대신 유채꽃 등 제철 채소를 통으로 얹은 점,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스 대신 아마란스 소스와 특유의 5색 소금(라즈베리, 레몬, 트러플, 말돈, 블랙갈릭)을 곁들인 점이 이채롭다. 요금을 추가하면 BLT스테이크 특유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로 변경할 수 있다.

디저트는 찹쌀과 코코넛 크림·우유, 바닐라빈 등으로 만들어 쫀득쫀득한 ‘코코넛 라이스 아이스크림’, 화이트 초콜릿 무스와 사과 소르베, 우유를 말려 만든 ‘밀크 크리스피’, 레몬 시럽 등이 어우러진 상큼한 ‘화이트 초콜릿과 사과’ 등이 준비된다.

BLT스테이크에서는 매달 고급 식자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추가 요금을 내면 3월에는 캐비어, 4월에는 랍스터를 통으로, 또는 코스 순서에 맞춰 적당히 덜어 요리에 얹어준다. 또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정하봉 수석소믈리에가 선보이는 와인 갈라 디너가 백미다. 15만원에 내추럴 와인, 그리스 와인 등 매월 주제에 맞는 와인 5~6개를 디너 코스와 함께 즐길 수 있어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콜키지는 따로 없다. 대신 가져온 와인과 똑같은 개수의 와인을 매장에서 주문하면 된다.

잠깐용어 *드라이에이징 일정 온도, 습도, 통풍이 유지되는 곳에서 고기를 공기 중에 2~4주간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건식 숙성 방법.

인터뷰 | 고준명 BLT스테이크 총괄셰프

음식은 진정성…누구나 즐기는 ‘파인캐주얼’ 만들 터

고준명 BLT스테이크 총괄셰프는 호주 메리어트호텔 계열 레스토랑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이다. 호주판 미쉐린 가이드인 ‘햇(hat)’ 레스토랑에 선정된 셰프 등에게 사사했다. 매우 전형적인 미국식 스테이크 하우스던 레스토랑에 다이닝을 접목, 새로운 반향을 얻고 있다.

Q. 셰프로 부임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A 그릴 마스터와 함께 스테이크 메뉴를 새롭게 정립해가고 있다. 역시 대표 메뉴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인데, 그동안은 보통 2주 숙성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소비자 입맛이 높아졌다. 그에 맞게 숙성 기간을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셰프 메뉴는 2개월에 한 번, 스테이크를 제외한 단품 요리와 브런치는 3개월에 한 번 새롭게 선보이고 크리스마스,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에는 특별 메뉴를 제공하려 한다. 지난 4개월간 여섯 가지 요리가 나오는 풀코스 메뉴를 8번 짰다. 그만큼 메뉴의 다양성 면에서는 자신이 있다. 스테이크는 다소 심플한 요리다. 기존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다이닝을 통해 보완하려 한다.

Q. 자신만의 요리철학은 무엇인가.

A 요리를 잘하려면 기술(skill)이나 지식보다는 음식에 관심이 많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레시피가 모두 공개돼 있다. 그러나 같은 재료, 같은 레시피로 요리해도 맛이 달라지는 것은 결국 요리사의 정성과 손맛, 관심, 그리고 기본기에 달렸다.

Q. 향후 BLT스테이크 운영 계획은.

A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 주변에 조급한 이들이 많이 보인다. 차분하게 가려 한다. 하나씩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고객 반응을 살피며 차근차근 해나가겠다. 맛과 서비스를 더 업그레이드해 누구나 편하게 와서 먹고 만족할 수 있는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을 만들어나가겠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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