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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 "역사적 사실에 픽션 더해 그때 그 감동 느껴보세요"

  • 한현정 기자
  • 입력 : 2019.03.11 13:49:36
레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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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표정’은 여전하다. 꼿꼿하면서도 유연하고, 치열하게 채운 만큼 이제는 비울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뒤엉킨 과거의 영광과 고통을 적절히 승화시켜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을 향해 달려간다”는, 그렇게 아주 오랜 기간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걸어온, 정지훈(비, 37)이다.

“무려 7년 만의 스크린 복귀”라며 스스로도 감개무량해했다. “미처 몰랐던, 그러나 꼭 알리고 싶은 역사적 사건을, 그 중심의 인물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며 “어떤 ‘위인’이라는 생각보다는 당시 암울했던 민중의 마음을 위로하고 자긍심을 높여준 대단한 ‘스포츠 스타’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지훈의 신작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엄복동’의 이야기를 다룬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만화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픽션인 줄 알았는데 실존 인물이라니 놀랐죠. 특히 일본군이 엄복동을 제압하려 하자 국민들이 달려 나와 ‘엄복동을 지킵시다!’라며 인간 방어벽을 만들었다는 게 실화라니, 믿기지 않았어요. 참 슬프면서도 억울하고 또 화려한 인물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마음이 동해버렸죠.”

영화는 엄복동과 3·1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연결시킨다. 이로 인해 ‘국뽕’ ‘신파’ ‘역사 왜곡·미화’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정지훈은 “어떤 면에서는 속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을 다루기는 했지만 장르적으로 본다면 상당 부분 허구가 가미된, 일종의 스포츠 휴먼 오락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훨씬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엄복동은 스포츠 영웅이지 위인은 아니에요. 역사 속 위인처럼 자료가 많은 사람도 아니고 그의 업적이 어떤 신념으로 이뤄낸 것이라는 기록도 없어요.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의 승리가 민족의 울분을 풀어주고 자긍심을 회복시킨 사실이에요. 그런 인물도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한참 동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 역시나 이 피해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랐다. 가수와 배우로서 모두 성공한 톱스타면서 ‘국민 미녀’ 김태희를 아내로 맞이한 그 아닌가. 게다가 예쁜 첫딸을 품에 안은 지 얼마 안 돼 최근 둘째 소식까지 전해졌다.

결혼생활에 대해 묻자 “확연하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안정감을 느끼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강해졌고, 나 자신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졌다”며 수줍게 웃었다.

“후배를 양성해야겠다는 생각이나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 대중 앞에 선 내가 아닌 ‘나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 정말 많아졌어요. 보다 자유로워진 느낌이랄까요? 이전보다 용감하게 시도하면서도 어떤 부분은 점점 더 내려놓고 있는 것 같아요. 치열하고 화려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아내 김태희도 동의한 ‘내려놓음’이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소리 내 웃는다.

“뭔가 대단한 것을 남기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멋져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평생을 대중의 장난감으로 살고 싶지도 않아요. 커리어도 인생도 세월에 따라 아주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뭐 할까’를 생각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저답게요.”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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