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108일 만에 보석금 101억원을 내고 구치소에서 나온 카를로스 곤(64)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이날 ‘작업복’ 차림으로 출소해 일본사회가 시끄럽다. [EPA]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지난 6일 한국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같은 날 일본에서는 10억 엔(약 101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도쿄구치소에서 108일 만에 석방된 카를로스 곤(64) 전 닛산자동차 회장의 ‘작업복’ 차림이 화제가 됐다.

지난 6일 오후 도쿄구치소 정문 앞에는 곤 전 회장의 석방을 앞두고 취재진 수백 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이때 도쿄구치소 앞 현관에는 공사 현장에 흔히 사용되는 작업용 사다리가 붙은 경승합차 한 대가 정차했다. 공사 관계자가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한 취재진 누구도 이 경승합차를 신경 쓰지 않았다. 오후 4시가 넘어 이 차량에서 군청색 작업복 차림의 여성이 구치소 직원과 함께 종이가방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으며 30분후 같은 작업복 차림의 2명이 제복을 입은 구치소 직원 8명에 둘러싸여 밖으로 나왔다.

그중 한 명은 노란색 반사 조끼까지 붙은 작업복 차림에 남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흰색 마스크를 했다. 영락없는 공사장 인부 모습에 검은 뿔테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췄지만 드러난 매서운 눈초리는 곤 전 회장임을 알 수 있었다. 경비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빠르게 걸어 나온 곤 전 회장은 곧바로 준비돼 있던 은색 스즈키 승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한 일본인 카메라 기자는 “여성이 들고 간 종이 가방에 곤 전 회장이 입고 나올 옷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곤 전 회장의 ‘변장 출소’라고 묘사하면서 이같은 출소 배경을 분석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곤 전 회장의 이날 ‘변장 출소’는 변호인들의 아이디어를 곤 회장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사이타마 현에 실제로 있는 건축 도장회사에 부탁해 차량을 빌렸으며 곤 전 회장이 쓴 모자와 작업복 역시 철도차량 설계업체인 일본전장(電裝)의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차량, 작업복, 모자 등 모든 것을 변호인단이 준비한 것이라며 무슨 이유로 곤 전 회장을 작업 인부 차림으로 변장시켜 출소 장면을 연출했는지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한편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유가증권보고서에 5년간의 연봉 50억 엔(약 500억 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11월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전격 체포됐고, 3번째 보석 신청이 도쿄지법에 받아들여져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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