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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의 70%' 플라스틱 먹어 치우는 꿀벌부채나방

입력 : 2019-03-07 17:20:16 수정 : 2019-03-07 18: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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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경계하자며 필리핀 해양가에서 시민단체 그린피스가 설치한 고래 조형물(위 사진),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 플라스틱 분해능력이 있는 것으로 아려진 꿀벌부채나방(〃아래).

전 세계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플라스틱을 먹어 치우는 곤충 꿀벌부채나방(Galleria mellonella)의 특별한 능력이 증명됐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쓰레기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 문제다. 

환경계와 과학계를 중심으로 꿀벌부채나방의 폴리에틸렌(Polyethylene·PE) 플라스틱의 분해 능력이 증명돼  향후 신기술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꿀벌부채나방은 꿀벌들을 죽이고 벌집을 섭취한다. 주로 밀랍을 먹지만 꿀, 꽃가루, 애벌레 심지어 벌통까지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꿀벌 해충으로 알려졌다.

이 나방의 특별한 능력이 알려진 건 지난해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스페인 국립 연구위원회(CSIC)가 생명과학계 국제학술지 '커렌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연구결과 덕이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나방의 유충 100마리를 12시간 동안 폴리에틸렌 플라스틱 일종인 비닐봉지에 넣어 관찰했다. 40분 만에 구멍이 났고 평균 시간당 2.2개 구멍이 뚫렸다. 결과적으로 비닐봉지 무게가 92mg 줄어들었다. 성충 나방은 애벌레처럼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먹어 분해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나방의 플라스틱 분해 능력에 대해 "(벌집)밀랍은 폴리머(화학결합물)의 일종으로 '천연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폴리에틸렌과 화학구조가 비슷해 꿀벌부채나방이 비닐 등을 먹을 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실험 결과 나방과 애벌레는 폴리에틸렌의 중합체 사슬을 깨트려 다른 분자구조로 배출하는 게 확인됐다. 다만 당시 국제 연구진은 애벌레 효소 중 어떤 게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지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다.

국내 연구진도 이 같은 실험 결과를 한층 발전시켜 꿀벌부채나방에게 왁스와 플라스틱을 먹였을 때 곤충 장내에 특별하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살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류충재 박사팀은 지난달 26일 꿀벌부채나방의 폴리에틸린 플라스틱 분해 능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발표했다. 또한 지난 6일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분석을 통해  '에스테라아제(Esterase), 라이페이즈(Lipase), 사이토크롬(cytochrome) P450'이라는 특수 효소의 역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을 이용해 별도의 연구를 진행하던 중, 나방을 사육하는 플라스틱 통에 구멍이 나는 현상을 관찰했다"며 "특히 2017년 관련 논문이 발표돼 정확히 어떤 효소가 플라스틱 분해에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했다"고 밝혔다. 

또 연구진은 "이 나방은 평소 벌집을 먹이로 삼는데 벌집을 구성하는 왁스가 화학적인 면에서 플라스틱의 주성분인 폴리에틸렌과 매우 비슷하다는 데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벌집의 주요 구성 물질인 왁스는 구조상 플라스틱과 아주 유사한데, 특히 폴리에틸렌과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왁스와 폴리에틸렌은 탄소가 이어진 형태로 돼 있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꿀벌부채나방한테도 플라스틱 긴 사슬이 쪼개진 것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진은 꿀벌부채나방에게서 에스테라아제, 라이페이즈, 사이토크롬P450이라는 3개 특정 효소 후보를 선발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 유래 효소를 발굴해 대량 배양한다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연 분해되는 새로운 플라스틱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다로 유출된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거대한 쓰레기섬이 됐다.

한편 전 세계에 버려지는 고체 쓰레기 중 80%는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이며 이들 중 80%는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져 대부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롤런드 기어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에서 하루 동안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630만 톤이다. 

이중 9%만 재활용되고 12%가 소각처리된다. 79%는 버려진다. 특히 버려지는 쓰레기 중 70%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데, 바다 위를 떠 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35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에 따르면 매년 페트병과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쓰레기 800만t이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 생물의 목숨을 빼앗고 먹이 사슬을 교란하고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그린피스, 위키피디어 커먼즈,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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