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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영변 몸값’ 셈법 달랐다…장외 신경전 속 대화 틀은 유지
-北 영변 완전 폐기 제시했지만 美 기준 미달

-北 ‘일부 제재 해제’ vs 美 ‘전면 제재 해제’

-노동신문 “김정은, 트럼프에 새 상봉 약속”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하노이 담판’ 결렬의 결정적 배경은 북미 간 영변 핵시설 몸값에 대한 인식차였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애초 기대됐던 ‘하노이 공동선언’ 채택이 무산된 뒤 북미는 영변 핵시설을 대한 현격한 인식차가 있었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영변 핵시설 카드로 제재완화를 받아내려 했지만 미국은 영변 핵시설의 가치가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공동선언을 채택하지 못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와 지역, 세계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헤럴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北 “역사적으로 없었던 제안”=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현지시간)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제기했다”며 영변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적 완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대신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서 일부분만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역사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던 제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미국은 ‘영변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은 매우 큰 것”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하는 것을 이루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덜 중요한 부분에 대해 하기를 원한다”면서 “한 단계만 얻어내고 모든 지렛대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변 핵시설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라는 보상과 바꿀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담판에서 영변 플러스 알파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상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며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플러스 알파는 수년간 원심분리기 수천대가 가동되면서 상당량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 인근 강선 시설로 추정된다.

북미의 이 같은 영변 핵시설 몸값 인식차는 보상에 대한 이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라며 “구체적으로 유엔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그들은 전면적 제재 해제를 원했고, 우리는 그걸 할 수 없었다”며 “그들은 우리가 원했던 것의 상당 부분에 대해 비핵화할 의향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모든 제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북미 간 대북제재 해제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하노이 장외 신경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리 외무상의 일부 제재 해제 주장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참고하라”며 사실상 반박했다.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이다. 미 국무부 관리는 1일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를 직접 겨냥한 제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제재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일부를 폐쇄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미거래 의욕 잃지 않았나”=북미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에도 핵심쟁점인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둘러싼 적잖은 간극을 보이면서 향후 북미대화는 상당 기간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면서도 “오래 걸릴 수도 있다”며 ‘속도조절론’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선에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태세다. 리 외무상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면서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부상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지 않는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아하는 듯한 느낌”이라면서 “미측의 반응을 보면서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이런 조미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나하는 느낌”이라며 김 위원장의 ‘변심’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다만 북미 모두 대화의 틀 자체를 깨지는 않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결렬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같이 보냈다”며 “김 위원장과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도 미국에 책임을 전가한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과 달리 관영매체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긍정적 측면을 집중 부각시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조미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이익에 맞게 발전시키며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상봉을 약속했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북미는 냉각기를 가지면서도 물밑접촉 등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조금 더 끌어내기 위한 치열한 기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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