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 대한 고찰
<이미지의 삶과 죽음>은 주장이 강한 책이다. 고상한 미술사를 이미지의 역사로 대체하자는 주장이다. 미술사가 순수미술 중심으로 기술되면서 배제되어 왔던 다양한 응용미술 등을 포함하자는 말이다.
이미지는 인간의 무의식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접하는 이미지의 의미와 가치를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동시에 레지스 드브레는 매개론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주창한다. 매개론은 하나의 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철학, 역사, 비평 등 다양한 학문의 도움을 수용한다.
이로써 이미지의 역사는 확장된 미술사이자, 예술형식만 대상으로 삼는 편협한 학문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화사의 일부가 된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미지의 휴머니즘적인 속성이다. 이미지는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한 공동체의 염원 속에서 태어나고, 공동체의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타인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기에 ‘윤리’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의 덕목이다.
이미지의 이타성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구질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적인 가치를 고민한다는 의미에서의 ‘윤리’에 대한 의미 있는 문제 제기이다. 불법 촬영, 악의적으로 조작된 이미지, 혹은 사회적 약자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각종 이미지들 등, 인간성을 파괴하는 도가 지나친 이미지가 만연한 세상에 대한 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