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인간의 뇌가 인터넷과 연결된 세상…반전을 거듭하며 살아남은 생존자들

이영경 기자

피드닉 클라크 윈도 지음·윤미선 옮김

구픽 | 412쪽 | 1만4800원

[책과 삶]인간의 뇌가 인터넷과 연결된 세상…반전을 거듭하며 살아남은 생존자들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온 젊은 부부. 사람들은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다. 메뉴판도 없다. 사람들은 어딘지 허공을 보는 듯하다. 참다 못한 남편이 웨이터에게 다가간다. “우리는 지금 ‘온(on)’ 상태가 아니에요. 그냥 ‘말’로 주문할 거예요.” 웨이터는 깜짝 놀라 되묻는다. “‘오프(off)’ 상태시라고요?” 그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쓰지 않아 잠겨 있다.

<피드>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간의 뇌가 기기 없이 직접 인터넷과 연결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뇌에 삽입하는 손톱만 한 ‘피드’를 통해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감정을 읽고, 경험을 재경험한다. 피드에 저장된 데이터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어느 날 갑자기 피드가 꺼지고 세상은 붕괴된다. 정체 모를 존재가 사람들이 잠든 사이 뇌에 침투해 ‘납치’하고, 납치된 사람들은 살인을 일삼는다. 사람들은 불면과 공포에 시달린다. 생존자들은 ‘캠프’를 만들어 원시적인 방법으로 살아남는다. 톰과 케이트와 그들의 딸 베아가 머물던 캠프에 침략자가 나타나고, 베아를 데려간다. 이들은 베아를 구하기 위해 떠난다.

<피드>는 디지털 시대의 종말론적 미래를 구체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피드에 잠시라도 접속하지 못한 케이트가 뇌에서 느끼는 ‘간지럼’과 같은 충동, 피드가 꺼져버리자 기억과 지식을 잃은 사람들이 말하는 법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구축하는 장면, 케이트가 딸을 잃고 느끼는 상실감이 피드를 잃은 상실감에 비견되는 장면 등은 인상적이다. 우리 역시 ‘피드’ 같은 인터넷 세상에 의존하며 살고 있기 때문일 테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인류의 지속 가능성 등 문제의식을 녹여낸다. 영화제작자 닉 클라크 윈도의 첫 소설로 올해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방송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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