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캠핑카 아닌 ‘바퀴 달린 작은 집’…전기도 가스도 생필품도 꼭 필요한 만큼만

홍진수 기자

타이니하우스, 집 이상의 자유를 살다

엘리자베스 노디노 등 지음·권순만 옮김

가지 | 136쪽 | 1만9800원

[책과 삶]캠핑카 아닌 ‘바퀴 달린 작은 집’…전기도 가스도 생필품도 꼭 필요한 만큼만

13㎡. 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4평 남짓한 공간. 이 정도면 집으로 충분할까.

<타이니하우스, 집 이상의 자유를 살다>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 유럽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작은 집(Tiny houses)’에 대한 책이다. 물론 ‘타이니하우스’는 그냥 작은 집이 아니다. 일단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니 바퀴가 필요하다. 자재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쓴다.

집이 작고 이동이 가능하면 장점이 많다. “집짓기 기초를 위해 땅을 파지도 않고, 나무를 베지도 않고, 엔진을 돌리지도 않고, 떠난 뒤에 흔적을 남기지도 않는다.” 또 “좁은 생활공간은 가스와 전기 소비를 저절로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가 줄어든다. 타이니하우스에서 살려면 13㎡ 안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집어넣어야 한다.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서 분류하고 꼭 필요한 것, 다용도로 쓸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담는, ‘고도의 의식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책 <타이니하우스>는 “장기 도보 여행자가 배낭을 꾸리듯이 모든 구매에 신중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책과 삶]캠핑카 아닌 ‘바퀴 달린 작은 집’…전기도 가스도 생필품도 꼭 필요한 만큼만

타이니하우스가 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재앙’ 때문이었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해 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던 주택 20여만채의 지붕을 날려버리자, 건축가 마리안느 쿠사토는 총면적 28㎡짜리 조립식 주택을 설계했다. 2007~2010년에는 금융위기가 닥쳤다.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에서 쫓겨났다. <타이니하우스>는 “금융위기는 오랫동안 규모가 큰 삶을 추구해온 미국인들의 보편적인 생활양식에 성찰을 불러왔고, 타이니하우스는 대출금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었다”고 설명한다.미국에서 시작된 타이니하우스는 유럽에서 ‘이동하는 작은 집’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캠핑카’와 다른 주거의 한 형태로 인정받으려면 법이 정비되어야 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이동하는 집’에 대한 주택법상 규정이 없다. 주소지를 어디에 둬야 할지도 마땅치 않다.

구조상으로도 ‘고정된 집’에 비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전기, 수도를 따로 끌어와야 하고, 단열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동을 위해서는 견인차가 필요하고, 집 무게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편의시설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니하우스는 매력적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인류가 한자리에 정착해 살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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