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사투리였던 영어, 세계 제패하기까지

임소정 기자

영어의 힘

멜빈 브래그 지음, 김명숙·문안나 옮김

사이 | 504쪽 | 1만9500원

[책과 삶]사투리였던 영어, 세계 제패하기까지

전 세계에 언어가 6909개 있다는데, 우리는 유독 한 언어에 집착한다. 모국어 사용자 숫자로는 중국어와 스페인어에 밀리지만, 의사소통하는 사람까지 치면 15억명이 영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 시작은 미약하였고, 영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다. 바다 건너에서 고작 15만명이 쓰던 게르만어 사투리는 어떻게 세계를 제패하게 되었을까.

로마제국이 남긴 폐허를 지키러 브리타니아(옛 영국)에 온 게르만 용병들은 고용주인 원주민(켈트족)을 공격해 땅을 빼앗았다. 그 땅에 뿌리내린 영어는 배타적이었다. 원주민이 쓰던 켈트어는 24개 단어만 남기고 퇴출됐고, 라틴어는 200개 정도만 잠입할 수 있었다. 현재 사용 빈도가 높은 100개의 영어단어가 거의 고대영어에서 왔는데, 고대영어 속 외래어 비율은 3%도 되지 않았다.

이후 영어의 삶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8세기 말부터 바이킹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데인족(덴마크인)의 습격이 300년간 이어졌다. 알프레드 대왕이 어렵게 영어를 지켜냈지만, 헤이스팅스에서 영국군이 노르만족에게 대패해버렸다. 프랑스어가 영어에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영어를 쓰는 계층은 소(cow)를 키우고 프랑스어를 쓰는 계층이 쇠고기(beef)를 먹는 시대가 됐다.

노르만 프랑스어, 라틴어에 이어 3등 언어로 강등된 영어는 흑사병 덕에 극적으로 부활했다. 영어는 생존방식을 바꿔 모든 언어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미국이라는 걸출한 ‘상속자’가 등장하며 대반전을 완성한다.

5세기에서 21세기까지 세계 곳곳과 인터넷 세상을 누비는 영어의 모험이 흥미진진하다. BBC PD인 저자가 만든 <영어의 여정> <영어의 모험> 등 프로그램이 책의 모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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