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우 일기
범우 지음
생각비행 | 460쪽 | 1만8000원
2005년 미국계 다국적기업 파카 자본은 유압프레스를 제작·판매하는 한일유압을 인수한다. 한일유압 사주는 수백억원을 벌었지만, 한일유압은 파카 계열사들에 인수자금을 빚진 ‘빚쟁이’가 됐다. 현장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이직자가 속출했다. 자구책을 도모하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꾸렸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98%에 육박하고 조합원 수가 140명을 넘었다.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임금이 인상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노조 설립을 감지하지 못했던 공장장이 잘려나갔고 새로 노무 담당 이사가 취임했다. 신입사원들이 꾸준히 들어왔다. 2008년 새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시작됐다. 회사는 사측 위원들만으로도 징계해고가 가능해지는 새로운 안과 생산직 직원의 임금 인상을 차등하는 안을 들고나왔다. 협상은 결렬됐다. 90여명의 노동자가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회사는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범우 일기>는 파카한일유압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노동조합원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꼬박 1334일. 대법원 선고 4일 뒤인 2013년 1월28일 월요일 아침 파카한일유압 공장 벽에는 사측이 만든 노란색 현수막이 걸렸다. ‘법원의 정당한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자는 투쟁과 재판 과정, 패소 후 대한민국에서 해고노동자로 살아가는 심정을 기록했다. “부당함에 대한 저항은 마땅히 해야 할 도리였다. (중략) 할 만큼 했고 더 이상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