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수직적 위계와 수평적 네트워크가 씨줄 날줄로 얽힌 대결의 역사

문학수 선임기자

광장과 타워

니얼 퍼거슨 지음·홍기빈 옮김

21세기북스 | 860쪽 | 4만5000원

[책과 삶]수직적 위계와 수평적 네트워크가 씨줄 날줄로 얽힌 대결의 역사

거시적으로 보자면 역사는 하나의 물결이 기존의 물결을 밀어내는 과정이다. 마르크스는 그 원인을 계급 간의 투쟁으로 봤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니얼 퍼거슨은 색다른 주장을 펼친다. 그는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을 네트워크(network)에서 찾는다. “역사상의 주요한 변화들은 기성의 위계 조직들이 각종 네트워크에 의해 파괴적인 도전에 처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역사 서술에서 네트워크는 ‘음모론’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았고 역사의 실제적 동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이 책은 그런 관점을 전복한다. “고대부터 최근에 이르는 동안 여러 네트워크와 위계 조직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맺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일단 “15세기 말 유럽에서 활자매체가 도입된 직후 나타나 18세기 말까지 지속된 첫번째 네트워크의 시대”에 주목한다. 책은 “250년 전에 이 세계를 바꾸고자 했던 비밀 네트워크 일루미나티”에 관한 이야기로 문을 연 다음, 프리메이슨, 블룸스버리 클럽, 로스차일드 가문 등에 관한 서술을 종횡무진 펼쳐낸다.

이런 맥락에서 퍼거슨은 이른바 ‘네트워크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의 양상들이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페이스북, 인공지능, 비트코인까지 두루 살핀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표절자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네트워크가 언제나 올바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선하고 공정한 위계의 필요성도 함께 인정한다.

책의 제목에서 ‘광장’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타워’는 수직적 위계를 뜻한다. 광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타워를 무너뜨릴 의사는 없어 보인다. “이 세계는 변함없이 광장과 탑들로 이뤄진다”는 것이 저자의 마지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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