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신화
피터 칼레로 지음·김민수 옮김
황소걸음 | 376쪽 | 1만8800원
‘유나바머’를 기억하는가. 본명은 테드 카진스키. 17세에 하버드대에 들어가 수학박사가 됐으나 어느날 홀연 학계를 떠나 외딴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간, 17년간 16차례에 걸친 소포 폭탄 테러로 3명을 죽이고 23명을 불구로 만든 범죄자. 그는 왜 그랬을까. “과학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모든 기득권층에 복수하고 싶다”는 그의 기고문은 광기의 표면만을 드러낼 뿐이다.
책의 저자인 사회학자 피터 칼레로는 그를 “개인주의 신화에 극단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이라고 본다. 민주적 토론이나 공동의 이익을 개발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던 테드 카진스키의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관심사가 공익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는 본디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며 민주주의에 불을 지핀 사상이었다. 그러나 개인의 힘을 과장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개인주의 신화’는 오히려 사회에 해악이 되고 있다. 이제 개인주의는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이며, 한 인간의 성취와 실패·판단과 사고가 모두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잘못된 통념을 강화시킨다. 책은 집단에서 순응과 불복종과 사회 계층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살펴보며 강력한 사회적 힘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아테네인은 정기적 토론에 불참해 시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 즉 공동체의 요구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사람을 ‘이디오테스(idiotes)’라 불렀고, 이는 ‘바보(idiot)’라는 말의 어원이 됐다. 저자는 이토록 ‘바보 같은’ 개인주의 신화를 깨뜨리지 못하면 환경 파괴, 불평등, 차별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한 쟁점과 맞설 수 없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