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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뺑반’-신선한 소재에 맞물린 신파

입력 : 
2019-02-14 1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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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반’은 뺑소니 사건만을 다루는 경찰 내 특수 조직인 ‘뺑소니 단속반’을 뜻한다. 신선한 소재와 함께 간만에 여성 캐릭터의 집합(염정아, 공효진, 전혜진), 그리고 초반의 빠른 속도감이 인상적이다. 그에 비해 중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개연성과 다소 느려지는 리듬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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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 최고 엘리트 조직인 광역 수사대 내사과 소속 경위 ‘은시연’(공효진). 조직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윤과장’(염정아)과 함께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좁혀 가던 시연은 무리한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고 교통사고계 ‘뺑소니 전담반’(뺑반)으로 좌천된다. 알고 보면 경찰대 수석 출신, 만삭의 리더 ‘우계장’(전혜진)과 차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 ‘서민재’(류준열) 등 뺑반 팀원은 고작 단 두 명. 뺑반에 합류한 시연은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게 되지만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망을 빠져나가려는 통제 불능 스피드광 재철의 반격 역시 점점 과감해진다. 한 해 뺑소니 사고 7880건, 사망자 150명, 부상자 1만1429명, 뺑소니 검거율 97%(2018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 도로 위의 무법자, 슈퍼카의 폭주 때문에 일어난 인명 사고가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요즘, 한국 범죄물에 처음 등장한 뺑소니 단속반, 소위 ‘뺑반’이라는 소재는 신선하다. 어딘가 허술하고 어설퍼 보이지만 차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민재 역을 맡은 류준열은 매뉴얼보다 본능을 따른다. 덥수룩한 머리에 안경, 오래된 폴더폰을 애용하는 겉과 달리 날카로운 감각을 지닌 반전 매력의 캐릭터를 특유의 개성으로 담아낸다. 유머러스한 로코 주인공 전문이던 조정석이 생애 첫 악역을 맡은 것도 주목된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 재철의 미묘하고 디테일한 감정을 그럴듯하게 소화해 낸 덕에, 말투, 눈빛, 몸짓만으로도 공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광기 어린 캐릭터가 실제감을 얻는다. 간만에 강한 여성 캐릭터가 떼로 등장하는 것도 눈에 띈다. 전작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와 김고은을 내세워 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보여 준 한준희 감독은 이번 ‘뺑반’에서도 공효진, 염정아, 전혜진 등 파워 넘치는 걸 크러시 캐릭터를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전혜진은 지금까지 맡은 역할과는 다른 우계장 역할을 흡입력 있게 연기했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부로 갈수록 감정에 호소하는 신파로 흐르는 느낌이다. ‘뺑반’이라는 소재를 잘 살려, 이들이 어떻게 범인을 잡고,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지 속도감을 살린 지능형 범죄물로 마무리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그나마 조정석이 맡은 정재철 캐릭터 정도가 선방한 느낌이다. 워낙 화려한 라인업이지만 은시연을 서포트하는 검사 역의 손석구, 빨강 머리를 하고 나온 레커차 기사 ‘동수’ 역의 김기범(샤이니 Key) 등 조연의 활약도 큰 영화다.

‘마더’, ‘최고의 이혼’, ‘센스8’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손석구는 매번 시연에게 휘둘리면서도 그녀를 돕고, 공과 사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듯하면서도 위험을 감수하는 조력자 ‘기태호’ 역을 맡아 매력을 뽐낸다. 레이싱 선수들도 운전이 쉽지 않다는 F3 머신을 단기간에 마스터한 조정석 등 배우들이 90% 이상을 소화했다는 카 레이싱 장면 가운데 일부는 F1(포뮬러 원) 레이서들이 참여했다. 그간 봐 온 ‘분노의 질주’ 종류의 드리프트, 화려한 카 체이싱에 익숙해진 관객이나 지능형 범죄물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속편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있다.

[글 최재민 사진 (주)쇼박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6호 (19.02.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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