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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극 ‘더 헬멧-Room’s Vol.1’ 독특한 포맷, 형식을 압도하는 연기 밀도

입력 : 
2019-02-14 1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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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연 당시 독특한 형식으로 시선을 모았던 연극 ‘더 헬멧’. 두 개의 시공간, 그 안에 두 개의 방, 그래서 모두 네 개의 대본이 필요했던 이 작품이 좀 더 세밀해진 모습으로 관객 앞에 다시 섰다. 형식 못지않게 내용과 메시지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사진설명
▶Info -기간 ~2019년 2월27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오후 9시 / 토·일 오후 3시, 오후 5시, 오후 7시30분 / 마티네(수) 오후 5시 *월 공연 없음

-공연시간 70분 *인터미션 없음

-티켓 3만 원

-출연 헬멧 A-김종태, 양승리 / 헬멧 B-김보정, 소정화 / 헬멧 C-김국희, 한송희 / 헬멧 D-이호영, 이정수 / 헬멧 E-강정우, 김슬기

공연은 ‘하얀 헬멧’을 키워드로 두 개의 시공간으로 나뉜다. 오늘이 서울 한 건물의 방이었다면, 다음 날은 시리아 알레포의 무너진 건물의 방이 된다. 각각의 방은 또 한번 스몰 룸과 빅 룸으로 나뉘며, 두 공간에서 동시에 공연이 시작되고 끝이 난다. 실시간으로 각각의 방에서 전달되는 소음과 대사들은 실제 벽 너머의 방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음을 더욱 리얼하게 느끼게 한다. ‘하얀 헬멧’이라는 테마를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공간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총 네 개의 대본, 네 개의 공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객은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시공간(1987년, 1991년 / 2017년 일페포)에서 두 개의 방 중 하나를 선택해 공연을 본다. 네 개의 공연은 이어지거나 통일된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이 중 어느 것을 먼저 보거나, 하나만 보아도 무방하다”고 김태형 연출은 알려준다.

서울 1987년 민주화 운동 시위 도중, 전경들에게 쫓기던 학생 두 명이 서점 지하의 작은 방에 숨었다. 이 둘은 진압 전경에게서 시위대를 지키기 위해 꾸려진 일명 ‘전투조’로서 오늘 처음 만났다. 잠시 피신하려던 그들의 계획은 지하까지 내려온 전경들에 의해 수포로 돌아가고, 두 사람은 방에서 나갈 수가 없게 된다.

공포에 떠는 전투조 여성 신참과 다리를 다친 남성 선배, 이들은 방을 나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편 시위를 진압하던 일명 ‘백골단’ 두 명이 서점 주인의 만류에도 지하 방으로 내려온다. 서점 주인은 이 방의 비밀 공간에 두 학생을 숨겨 준 상태. 전경은 수색을 핑계로 도통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초조한 서점 주인과 전경들의 신경전이 펼쳐진다.

2017년 시리아 알레포에 사는 아이는 축구 선수 오마르 알 소마를 좋아한다. 전쟁 중에도 천을 구해 펜으로 등 번호를 쓴 유니폼을 입고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하나둘씩 오지 않는다. 시리아 내전이 길어지고 알레포의 피해는 심각하다. 자발적인 구조대 ‘화이트 헬멧’ 단원들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를 뒤지며 단 한 명의 목숨이라도 살리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고장 난 장비, 적은 인원, 누군가를 구하다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로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얀 헬멧’은 이중성을 띤다. 알레포에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상징이고, 서울에서는 시위를 진압하는 일종의 ‘폭력성의 상징’이다. 연극은 어떠한 시스템에 의해 같은 시간, 공간에 있지만 극단의 위치에서 서로 대결해야 하는 집단과 개인 간의 내적 갈등을 보여 준다. 그것은 ‘~다운’이다. 학생은 학생다운, 경찰은 경찰다운, 그리고 알레포의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 세상과 마주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지이선 작가, 김태형 연출은 “공연의 실제 환경에서 관객들이 관람하는 모습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각 방의 밀도 있는 연기, 그 사이를 파고드는 소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아이엠컬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6호 (19.02.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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