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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치동 ‘스카이’를 거쳐 ‘캐슬’로 가기 위한 최전선

입력 : 
2019-02-14 10: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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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위 0.1%. 그 속에서 자기 자식들을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을 다룬 드라마의 열풍이 폭발적이다. 탄탄한 대본과 연기를 비롯해, 이 드라마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대학 입시’라는 소재다. 대한민국 모든 가정의 과업인 자녀의 대학 입시에 과연 ‘상류층의 노하우’는 무엇인가를 훔쳐보는 시선이 있다. 그 열풍이 실제로 펼쳐진 곳이 바로 대치동이다.

사진설명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스카이SKY’에 입학한 뒤 자신들만의 ‘캐슬Castle’에 입성하기 위한 최전선은 대치동이다. 대치 학군, 반포 학군, 압구정 학군을 ‘강남 3대 학군’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학부모와 학생의 학구열이 최고로 넘치는 동네가 바로 대치동이다. 보통 대치동이라 하면 은마사거리를 중심으로 숙명여고 방향, 한티역 일대, 포스코 쪽 휘문고등학교까지를 통칭한다. 이곳에는 몇 개의 마을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능안날, 아랫말, 움말, 새말, 한티 등, 그중에서 큰 마을인 한티를 한자음으로 따 ‘대치’라 불렀다. 대치동에는 무려 3000여 개가 넘는 학원이 있다. 이 학원들로 인해 대치동의 하루는 세 번 교통 대란을 치른다. 오후 3시 초등학생, 오후 6시 중학생, 그리고 밤 10시에 고등학생들이 학원에서 쏟아져 나오고, 학업에 지친 ‘내 새끼’를 조금이라도 쉬게 하려 엄마 아빠들이 몰고 나온 차들로 대치동 대로변은 불야성이다. ‘대치동만의 언어’가 있다. 일테면 ‘명품 아파트’도 그중 하나다. 이는 고급 아파트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명품’은 ‘명문 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라는 뜻이다. 또 상가들은 1층이 식당과 부동산, 커피숍이고 나머지는 모두 학원들의 차지다. 대치동의 상징인 은마아파트에는 부모들의 ‘몸 테크’가 필요하다. 오래된 은마가 아직도 인기 있는 것은 학군과 학원 접근성 덕. 이 덕을 보기 위해서는 ‘소음, 2열 주차’ 등을 감내하는 부모들의 ‘몸 테크’가 필수라는 것이다. 또 있다. 대치동에는 ‘단기 월세’가 있다. 방학 기간이나 고3 1년을 대치동 학원에서 올인하기 위해 몇 달만 렌트가 가능한 빌라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 그 대치동 안에서도 아파트 단지별 특색이 있다. ‘은마에서는 자식 자랑하지 말고, 미도에서는 돈 자랑하지 말고, 선경에서는 권력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치동은 똑똑하고, 부자고, 힘 있는 집들이 많은 동네다. 대치동 동쪽은 탄천, 남쪽엔 양재천과 대모산이 있고, 서쪽은 도곡동과 연결되며 북쪽은 삼성동과 이어진다. 이곳에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한 고승이 이 마을을 보고 ‘이곳은 풍수상 부자가 될 수 없다. 단 명당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여기다’라며 은행나무 지팡이를 꽂았고, 그것이 지금의 은행나무로 자랐다고 한다. 옛 마을에는 그 이름도 심상찮은 ‘쪽박산’이 있었다. 한티골 사람들은 ‘이 산이 없어야 이 동네가 번창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 뒤 1970년경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고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쪽박산’은 개발과 함께 없어졌다. 대치동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강북 명문 고등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부터다. 중대부고, 단대부고, 휘문고, 숙명여고, 경기고 등이 들어서고 수능 제도가 정착되면서 대치동은 대한민국 학업 1번지가 되었다. 대학교 이름이 인생 사다리의 시작이라고 여기는 부모들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한국 사회가 학벌을 부적처럼 존중하는 한, 대치동 학원가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글과 사진 장진혁(아트만텍스트씽크)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 관계 없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6호 (19.02.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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