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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샤오미 디자인-가심비의 세계 샤오미

입력 : 
2019-02-14 10: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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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샤오미. 주변에 이 브랜드 제품 한두 개 정도 없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과연 가성비만이 이런 인기의 비결일까. 아니다. 심리적 만족도를 채워 주는 디자인 완성도가 크게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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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라 했다. ‘이 가격에 말도 안 돼, 실수 아냐?’라 폄하했고 한두 개 흉내나 내다 말겠지 했다. 2010년 설립 당시엔 말이다. 9년이 지난 지금, 이 수식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녔는지 샤오미 제품을 집에 들이고 동거하면서 새록새록 깨닫는다. 인기의 시작은 작고 심플한 휴대폰 보조 배터리였다. 그러다 체중계, 공기 청정기, 로봇 청소기까지 줄줄이 환심을 샀다. 저렴한 가격에 말도 안 되는 성능까지! 스펙을 비교하는 글과 영상은 한결같이 칭찬 일색이다. 공기 청정기 미에어프로는 국내 메이저 브랜드 제품에 비해 가격은 30~40%인데 성능은 80% 수준이라는 평이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모든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마력을 가졌다. 그 큰 축은 소위 말하는 ‘가성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디자인 완성도에 있다. 저렴이 브랜드에서는 나올 수 없을, 완성도 높은 디자인 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샤오미의 디자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이어진다. 디자인의 대원칙은 이렇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할 것’. 최고가 제품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이 브랜드의 제품을 폄하하던 시절엔 ‘다 짝퉁이네’, ‘어디선가 본 것 같네’, ‘디자인 배열이 타 브랜드와 유사하네’ 하면서 디스를 거듭했다. 실수라 여겼으니까. 그런데! 한두 번은 실수지만 반복되면 실력이다. 이젠 심지어 ‘디자인 때문에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막상 가전제품을 구입하려면 마땅한 디자인이 없을 때가 많다. 뭔가 촌스럽거나 과하거나 그렇다. 그래서 손 떨리는 고가라도 발뮤다의 선풍기나 공기 청정기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 아니겠나. 다이슨, 발뮤다, 애플. 이들은 모두 ‘디자인’이 소비자 마음을 얻는 답임을 아는 기업이다. 단순히 스타일리시한 게 아니라 사용하기 편리한 직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세계를 혁신적으로 도입한 기업이다. 디자인은 기능과 직결된다. 다이슨은 디자인을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를 위해 3500명의 디자인 엔지니어를 투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날개 없는 선풍기 같은 획기적인 제품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기능적 디자인, 버튼 하나에도 열과 성을 다한 이 디자인에는 엄청난 값을 지불해야 한다. 한마디로 비싸다. 발뮤다 선풍기 그린팬S는 소형 에어컨보다 비싸다. 디자인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익숙한 세상이니, 감수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값싼 샤오미 디자인이 그와 흡사하다는 거다(물론 발뮤다에 버금간다는 뜻은 아니다). 심지어 공기 청정기 미에어프로 디자인은 그 어느 브랜드보다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실제로 발뮤다 디자이너들을 영입해 디자인했다고 한다. 가격이 싸면 디자인은 포기하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디자인을 따지는 게 또 상식이었다. 그런데 샤오미는 엄청 싼 값에 디자인까지 따지는 브랜드로 등극했다. 비상식적이다. 프리미엄 가전에서 추구하는 디자인 결을 도입하니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무시무시하게 다가올 뿐이다. 국내 브랜드가 기업 경영에 디자인을 활용하는 비율은 14%라 한다. 프랑스 36%와 영국 33%에 비해 낮은 편이다. 제품 외형은 엇비슷해도 버튼 하나에도 철학이 담긴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 가성비로는 중국을 따라 잡기 어려운 시대. 샤오미의 디자인 사례는 초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딘가 본 듯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고가 브랜드의 ‘대안’ 정도였던 샤오미가 그 자체로 ‘디자인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고 있으니까.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샤오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6호 (19.02.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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