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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으로 성공한 '대박' 아이템-구형 갤로퍼 재조립 수제車 7억원 모아 프리미엄 식품·K팝…공유경제사업 인기

  • 배준희,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9.02.15 09:39:46
  • 최종수정 : 2019.02.15 10:14:11
최근 국내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됐지만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펀딩 후 물품을 받는 보상형(후원·기부)과 금전적 수익을 받는 투자형(증권)으로 나뉘는데, 펀딩 과정에서 뜨고 진 물건이나 서비스를 보면 소비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는 데 유용하다. 업체 입장에서도 사전에 시장 반응을 살필 수 있어 크라우드펀딩은 ‘테스트베드(시험대)’로서도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포미족(For Me+族)’ 제품 대세

▷4차 산업혁명 서비스 눈길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참여업체의 모금 성공 목록을 잘 들여다보면 ‘대박’ 아이템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체로 유형 상품은 ‘수제’와 ‘프리미엄’류가 인기였고 무형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K팝, 공유경제, AI(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체들이 이목을 끌었다.

유형 상품에서 지난해부터 올 1월 사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모집한 곳은 ‘수제 자동차’로 알려진 ‘모헤닉게라지스’다. 스타트업 기업으로 출발한 모헤닉게라지스는 2016년 11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6차례 크라우드펀딩으로 1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고차를 기반으로 모헤닉 G(MOHENIC G), 로드스터(Roadster) 등 고객 맞춤형 차량을 생산해 2017년 기준 매출 25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와디즈를 통해 지난해 4월 7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이 회사는 펀딩받은 자금으로 구형 갤로퍼를 분해해 재조립(리빌드)해서 완제품으로 판매한다.

수제맥주 인기도 여전했다. 청와대 만찬에 올라 ‘문재인 맥주’라는 별명을 얻은 토종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는 2017년 와디즈를 통해 5억8000만원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5월부터 6월 ‘한강맥주’ ‘양평맥주’ 등을 생산할 양조장 투자자 모집에 나서 약 5억원을 끌어모았다.

먹거리 중심의 ‘프리미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도 주를 이뤘다.

지난해 11~12월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업체 ‘삼정하누’는 2억5000만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삼정하누는 도축·경매장 소속 중도매상인이 직접 운영하는 1++ 전문 한우 레스토랑이다.

‘돼지고기에도 R&D가 필요하다’는 슬로건을 내건 아이언미트 역시 지난해 3~4월 와디즈를 통해 4억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정육 전문몰인 ‘탐육’과 삼겹살 전문점인 ‘숙달돼지’ 등을 운영 중이다. 판매하는 고기는 자체 연구소인 미트랩(MEATLAB)을 거친다. 축산 전문가와 요리사, 숙성 전문가 등이 경기 남양주 육가공 공장에 모여 돼지고기 맛과 숙성을 연구한다.

프리미엄 온라인 주스 브랜드 ‘콜린스그린’은 지난해 초 2억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콜린스그린은 100% 채소·과일 착즙주스와 샐러드, 유기농 그릭요거트, 곡물 크리스피, 수프·죽 등을 판매한다. 홈페이지 선주문 수량만큼만 착즙해 첨가물이나 인공적 처리를 하지 않고 매일 새벽배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 등 유형의 상품 중에서는 ‘로보프린트’가 지난해 11월 7억원 가까운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초고층 빌딩, 아파트 등 대형 건축물 외벽을 원격으로 제어하며 청소할 수 있는 자동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인 회사. 자동화 로봇 시스템 ‘아트봇’은 대형 건축물이나 아파트 외벽, 길거리 담장 등에 다양한 이미지를 프린트하듯 도색한다.

주차 공유 서비스 업체 ‘올로케이션’은 지난해 10~11월 총 6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올로케이션의 ‘IoT 주차면 공유 서비스’는 출퇴근 등으로 비워놓은 개인 주차장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주차면 소유자가 서비스에 등록하면 해당 주차장에는 IoT 주차장 관리기가 설치된다. 주차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위치에 예약을 하고 주차 위치에 도착하면 관리기의 잠금이 풀리는 방식이다.

국내 유일 수제 자동차 기업 ‘모헤닉게라지스’는 크라우드펀딩으로 7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1월 규제 완화 이전 기준으로는 최고액이다.

국내 유일 수제 자동차 기업 ‘모헤닉게라지스’는 크라우드펀딩으로 7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1월 규제 완화 이전 기준으로는 최고액이다.

▶‘색다름’ 기획하는 이색 펀딩

▷한류 스타 굿즈 제작에 7억원 모여

투자형뿐 아니라 보상형 크라우드펀딩도 진화하고 있다.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한 후 물품을 받는 식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상품 중개에서 벗어나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판매하는 이색 플랫폼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구가 중이다.

2017년 창업한 ‘단골공장’은 스스로 ‘제조 공장 큐레이션 플랫폼’을 표방한다. 제조 실력은 뛰어나지만 유통·판매하는 능력은 부족한 소규모 공장을 찾아내 소비자와 연결해준다. 자기 브랜드 없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B2B로 판매하는 공장이 대부분이다. 단골공장은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 배송 등 제조를 제외한 영역을 맡는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모은 소비자를 공장과 직거래로 연결해 제품을 판매한다. 소량 주문 제작을 하기 때문에 제품 질은 높고, 직거래 방식 덕에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갖는다.

스타 제품도 나오는 중이다.

지난해 6월 칼 제조사 ‘명도산업’이 내놓은 식도와 과도는 펀딩 성공률 2165%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40년이라는 시간을 칼 연마에만 쏟은 끝에 ‘한국제일도’라는 말을 칼날에 새긴 임정신 명도산업 대표의 스토리 덕이 컸다. 단골공장과 기획 이후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

홍한종 단골공장 공동대표는 “한 개 제품에만 특화된 실력 있는 공장이 국내에 많다. 생생한 제품 제작 현장을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소규모 공장 입장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케팅과 고정 수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 스타에 펀딩하는 플랫폼도 있다. ‘메이크스타’는 K팝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유통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전 세계 한류팬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모금액으로는 K팝 음반과 콘서트, 팬미팅, 드라마, 굿즈 등을 기획·제작한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6만명이 넘는 팬들이 펀딩에 참여했다. 펀딩에 참여한 사람 국적만 따져도 96개에 달한다. 지난해 메이크스타에서 진행된 K팝 프로젝트 수는 201개. 2016년(41개) 대비 5배가량 늘어나는 성장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약 7억원 모집에 성공한 ‘XIA준수×이주영 디자이너 컬래버’다. 가수 XIA준수 30번째 생일을 맞아 메이크스타가 기획한 리미티드 에디션 패키지다. 스타의 새끼손가락 지문이 들어간 반지, 유명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스타의 모습이 프린트된 티셔츠, 스페셜 파티 초대권 등 총 11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였다. 모집액 7억원은 메이크스타 역대 최고 펀딩액이다.

메이크스타에서 1회 펀딩 개인 최고액은 1100만원에 달한다. 프로젝트 펀딩 달성률이 높을수록 받을 수 있는 리워드가 커지기 때문에 팬들이 아낌없이 돈을 낸다. 예를 들어 펀딩 목표액 100%를 달성하면 화보집 제작과 팬 사인회만 진행되지만 200%를 넘으면 포토 카드와 엽서 세트가 리워드에 추가되고 500%를 넘으면 지하철역과 옥외 전광판 광고까지 진행하는 식이다.

메이크스타 관계자는 “글로벌 한류 콘텐츠 팬덤을 대상으로 자발적 바이럴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앞둔 아이돌이나 아티스트 국가별 시장성을 예측하고 빅데이터 구축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퍼블리’는 출판 콘텐츠에 주목한 경우다. 탈고된 책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콘텐츠 기획안을 먼저 올리고 펀딩이 성공하면 그 돈으로 콘텐츠를 발행한다. 이동진 트래블코드 대표가 퍼블리를 통해 발행한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출간 전 3174만원이 미리 모였다.

출간 후에는 주요 서점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퍼블리는 지난해 ‘북바이퍼블리’라는 자체 출판 브랜드를 선보여 현재 6권이 넘는 책을 오프라인 출판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예약 판매 방식은 사전에 가능성을 점검하고 트렌드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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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5호 (2019.02.13~2019.0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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