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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경고 쏟아진다] "세계경제 연착륙 전망은 희망일 뿐… 유로존 이미 내리막"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2 17:29

수정 2019.02.12 17:29

노벨 경제학상 크루그먼의 경고
무역전쟁 등 여러 악재들 작용
독일·이탈리아 경기 부진 속 각국 중앙은행 대응수단도 없어
올해나 내년 침체 맞닥뜨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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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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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사진)가 올해나 내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기둔화 우려에 이은 또 다른 경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경기침체는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에서 시작되고, 중앙은행들을 비롯해 각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마땅히 대응할 수단도 없다고 우려했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크루그먼은 전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정부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오랜 무역전쟁으로 기업과 가계 심리가 바닥을 치면서 조만간 경기둔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대부분 이코노미스트와 주요 기업도 이 같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정책담당자들은 경기침체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을 다독이고 있다.

크루그먼은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정책 담당자들의 전망은 단순 희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달 안에 경기침체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올 후반이나 내년에 경기침체를 맞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대학원 명예교수인 크루그먼은 2008년 경제지정학과 국제교역 흐름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크루그먼은 경기침체가 무역전쟁 같은 어떤 거대한 사건 하나가 아닌 다양한 경제적 역풍들의 영향으로 촉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경기침체는 유로존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루그먼은 "지금 당장 경기침체에 가장 근접한 곳은 유로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로존 1, 3위 경제국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경기침체에 빠진 상태이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주 유로존 성장률 전망을 급격히 떨어뜨린 바 있다. 집행위는 유로존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면서 올 전망치는 1.9%에서 1.3%로, 내년 전망치도 1.7%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유로존은 지난해 1.9%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미·중 무역전쟁 속에 성장엔진인 독일 경제가 타격을 입고, 이탈리아 경제도 포퓰리스트 연정 출범 뒤 정치적 혼란 속에 이전의 긴축 기조가 무너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각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대비는 위기가 닥쳤을 때 기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크루그먼은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모두 7회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는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낮은 2.25~2.5%에 불과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물리는 예치금리를 마이너스 상태로 유지하고 있고,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 상태다. 금리인하 여력이 매우 낮다는 것을 뜻한다.

재정여력도 충분치 않다. 미국은 오랜 호황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와 재정확대로 재정상황이 악화됐고, 유로존도 재정실탄이 넉넉하지 못하다. 크루그먼은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우려하고 감세정책은 "매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장 불안요인으로 기술주 거품을 꼽고 "거품이 꺼질 것 같은 조짐이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한편 크루그먼은 자신의 이 같은 비관이 자주 빗나갔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의 경기예측 점수는 다른 이들처럼 형편없다"면서 "이 같은 전환점 예측에 좋은 점수를 가진 이는 없다"고 말해 지나친 비관으로 흐르는 것 역시 경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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