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人·水가 중요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지역 안배 우려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2 17:26

수정 2019.02.12 17:26

상반기 중 선정 앞두고 용인·구미 등 5곳 유치전 치열
우수 인력·용수 공급 확보 관건.. 정치적 고려땐 안하느니만 못해
人·水가 중요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지역 안배 우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전이 지방자치단체 간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업계에선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인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안배보다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 입지가 올 상반기에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오는 2028년까지 총 120조원을 투자해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마련되는 산업단지엔 제조공장(팹) 4곳과 50여개의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조성 기초공사 등에 1조6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 발표 이후 지자체 간 유치전이 과열되고 있다. 대규모 고용창출 효과에 천문학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치 희망 지자체가 늘고 있다. 현재 경기 용인·이천, 경북 구미, 충남 천안, 충북 청주 등 5곳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기업 측에선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20년 완공될 경기 이천 M16공장 이후 추가 국내 공장부지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에선 인프라 지원과 함께 제조공장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곳에 산업단지가 조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수와 전기 공급이 원활해야 하고 물류를 위한 공항까지의 교통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기존 제조시설과의 연계도 고려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제조상 수많은 공정에서 세정작업이 진행돼 물 사용량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제조공장에서 하루 5만~10만t가량의 용수를 사용한다. 전기의 경우도 반도체 업체들이 전체 산업용 전기사용량 가운데 15%가량을 사용할 정도도 비중이 크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우수인력 확보 문제가 공장과 사무소 입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우수인력들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대한 주거선호도가 높다.

실제로 대다수의 우수인재들이 지방근무를 꺼려해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방 소도시보다는 서울 및 수도권에 인접한 지역에 산업단지가 위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업들은 우수 연구개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 분당 지역에 임직원들이 근무할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건물을 매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장총량제와 같은 규제 때문에 수도권에 신규 제조공장을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아울러 수도권 이외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가 공장총량제 규제의 예외를 허가하는 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처럼 지자체들의 유치전 과열로 정치논리와 지역발전 문제가 부각돼 입지 선정이 미뤄지는 등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봐야 한다"면서 "지역발전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국가 발전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