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섬 3대 여행지
자바섬에 왔으면 1일 3커피가 기본. 무엇이든 산지에서 직접 맛보면 맛의 차원이 다르다. 자바 커피 본산지에 왔으니 긴말 필요 없다. 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배 관리를 하는 '국가대표' 커피 토라자를, 동행은 재스민향을 품은 아체를 주문했다.
토라자는 풍미가 깊고 진했으며 아체는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는 동행 입맛에도 잘 맞았다. 구도심에 위치한 바타비아는 맛과 분위기 둘 다 만점. 1805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 분위기 속에서 맛본 브런치는 심지어 가성비까지 끝내줬다. 한국 대비 반값 수준으로 상다리 휘어지도록 커피와 디저트를 맛봤다.
점심을 먹었던 투구 컨스트크링 팔레스 역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했다. 1914년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로 자카르타에선 꽤 고급 식당에 속한다.
영화 '더 월드 오브 수지 웡'을 테마로 꾸며진 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유품이 전시된 2층 개별 룸, 앤티크 숍 등 속속들이 스토리가 참 많은 공간이었다. 2명이 4만원으로 다양한 인도네시아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자카르타에서 가장 '힙'하다는 '산타 마켓'은 젊은이들의 성지다. 빈티지 의류 매장, 핸드메이드 공예품 가게, 수제 맥주집 등 먹을 것도 구경거리도 많았다.
종일 북적거리는 도심 속에서 보내서일까. 저녁시간만큼은 차분하게 즐기고 싶었다. 목적지는 페어몬트 호텔 22층에 위치한 'K22 바테라스'. 단언컨대, 자카르타 최고의 일몰 포인트다. 테라스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뚫려 있어 각 방향마다 다른 뷰를 보여주는데, 서자카르타 쪽으로는 질서 있게 정비된 골프장이 내려다보이고 그 반대편에선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과 마천루가 펼쳐졌다. 루프톱에서 바라보는 도시 모습은 여행의 피로를 한 방에 날릴 만큼 환상적이었다.
2. 배낭여행자 성지 '족자카르타'
1995년 문을 연 비아비아는 프라비로타만의 터줏대감. 오가닉 마켓에서 사온 제철 과일과 채소를 주재료로 요리한다. 친환경이 콘셉트로 일찌감치 플라스틱 빨대를 치웠다.
족자카르타에는 술탄(이슬람 지배자를 뜻하는 호칭)이라 불리는 정치적 지도자가 있다. 크라톤은 술탄과 그의 패밀리가 살고 있는 왕궁이다.
족자카르타의 술탄은 족자카르타주 주지사를 겸한다. 크라톤은 이슬람 술탄 궁전이지만 이슬람, 불교, 힌두교, 조상숭배 등 다양한 신을 섬기는 지역적 특색을 곳곳에 담고 있다. 왕궁 앞 광장엔 커다란 반얀트리 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눈을 가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어 낮이고 밤이고 안대를 쓰고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나무 사이를 걷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족자카르타 외곽으로 가보자. 차로 약 50분 떨어진 기리로요 마을은 전통방식 그대로 바틱을 생산하는 장인들 마을이다.
시중보다 바틱 천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장인이 바틱을 제작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뜻깊은 여행을 찾는다면 응란게란 마을을 추천한다. 응란게란 마을에서는 지역사회기반 관광(Community-based Tourism)이 가능하다. 주민들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역 문화를 배우는 여행이다. 한·아세안센터가 2019년 CBT 프로그램 마을로 선정한 응란게란은 유네스코지질공원인 그눙 아피 푸르바(Gunung Api Purba)에 위치해 지질 트레킹을 통한 생태관광도 가능하다.
3. 행복한 고원 휴양지 '반둥'
영롱한 초록빛을 내뿜는 차나무가 산비탈을 온통 뒤덮은 풍경을 바라보며 진한 차 한잔에 닭고기 꼬치로 요기를 했다. 고산지대 푼착의 신선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이곳이 동남아라는 사실이 싹 잊혔다.
반둥에 도착해선 먼저 마스지드 라야 모스크를 찾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전체 인구 중 88%가 이슬람을 믿는다.
이 나라를 이해하는 데 이슬람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마스지드 라야 모스크는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유는 바로 타워 전망대 때문. 마스지드 라야 모스크에는 높이 19층짜리 탑 두 개가 있다. 이곳은 본래 기도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것인데 현재는 전망대로도 기능한다. 전망대에선 일대 도시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사원 앞 광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본래 주차장이었는데, 현재 서자바주 주지사이자 전 반둥 시장이었던 리드완 카밀(Ridwan Kamil)이 인조잔디를 깔고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시아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시작해 반둥시청공원 앞까지 1㎞ 정도 이어지는브라가 거리는 '인도네시아 속 유럽' '자바의 파리'라고 불린다. 식민지 시대 지어진 유럽풍 건축물과 직접 그린 그림을 길바닥에 늘어놓고 파는 예술가들 그리고 한갓진 오후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길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브라가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브라가 페르마이(Braga Permai)'에서 쉬어갔다. 1923년에 문을 연 식당으로 식사 메뉴는 물론 커피와 차, 베이커리 등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 종일 손님이 붐빈다.
치암펠라스는 센세이션널했다. 듣도 보도 못한, 일명 공중 쇼핑거리다. 11구역으로 구분되는 이곳엔 길거리 음식점, 기념품 상점, 짝퉁 시장 등이 들어서 있다. 주로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품 쇼핑을 하고 현지인들은 산책로로 이용한다. 치암펠라스 스카이워크에 들어서면 마치 딴 세상 같다. 지상에선 잘 보이지 않던 가로수가 스카이워크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울창한 나무가 주변 건물을 가려주고 번잡한 도로도 보이지 않아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 취재 협조 = 한·아세안센터
[자카르타·반둥·족자카르타(인도네시아)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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