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의 책 '호모 데우스'에는 우리 사피엔스들이 식용 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기 위해 얼마나 광범위하게 후각을 사용했는지 보여준다.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바람의 냄새와 두려움과 용기의 냄새마저 구별할 수 있었던 '수렵 채집인'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말을 듣고 나면, '애니미즘'을 믿었던 그 시절에는 정말 숲과 나무의 정령과 '대화'도 할 수 있었겠구나 싶다.
아이슬란드 국민의 62%는 여전히 요정의 존재를 믿는다. 숲속의 요정을 지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도로 공사를 반대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이란 말을 지구인에게 부여한다면 아마 이 말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북유럽 쪽 사람들 아닐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북유럽인들이 가진 특성 중 가장 근사하게 느껴지는 건 국민적인 취미로 알려진 '버섯 채집'이다.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는 늘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이곳이 미슐랭 스타를 받았거나, 2010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월드 베스트50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이 북유럽이고, 지금이 겨울임을 명확히 알려주는 '노마'의 음식들 속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야생 베리와 버섯류, 순록과 어류가 있다.(심지어 살아 움직이는 '불개미'도 있다). 모두 스칸디나비아 안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이다. 덕분에 이 레스토랑을 움직이는 스태프들 중에는 '전문 채집가'와 '어부' '수렵인'이 있다. 원시적으로 느껴지지만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레스토랑으로 평가받는 역설이기도 하다.
채집이나 수렵과 관련된 놀라운 얘기는 더 있다. 가장 척박하게 살던 수렵 채집인이었던 칼라하리사막 사람들은 주 평균 35~45시간을 일했다. 이들은 사흘에 한 번 사냥에 나섰고, 채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3~6시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들은 만성 시간결핍증에 시달리는 우리에 비해 여유로웠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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