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정지윤 기자

정지윤 기자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을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다가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 시집 <작은 기쁨>에서

‘세월이 참 빠르지요?’ ‘일년이 이렇게도 빨리 가다니 허망합니다’ ‘새로운 결심을 세우기보단 하던 일이나 잘해야겠어요’. 친지들이 주고받는 이런저런 대화를 들으며 떡국을 먹었습니다.

하얀 떡국 속에 들어 있는 쌀의 웃음소리, 햇빛의 노래도 사랑하며 다시 나이 한 살 더 먹는 쓸쓸한 기쁨! 같은 마음이라도 늘 새해 마음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기로 다짐하며 메모했던 나의 시를 다시 읽어봅니다.

자신도 복을 짓고 복을 나누는 기쁨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복된 새해일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감사를 발견하고 키우고 익히면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밝은 웃음꽃이 저절로 피어날 것입니다. 행복이 가까이 숨어서 손 흔들고 있는데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길에 있어서도 누가 자꾸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사랑하려는 용기를 지니고 꾸준히 실습하다보면 마음의 문도 조금씩 넓어지는 걸 경험합니다.

아침에 눈을 뜰 적마다 ‘어서 오세요, 시간이여’ 하며 정답게 인사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오늘 하루도 고마웠어요’ 하며 시간과 좋은 친구가 되는 성실한 노력을 거듭해야겠습니다. 일이 뜻대로 안되거나 넘어지고 실수해도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겸손을 배우고 싶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의 그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곱게 차려입었던 색동저고리의 추억은 언제나 즐거운 미소를 띠게 합니다. 바쁜 걸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 마음에도 색동옷을 입혀 또 한 해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마음 좀 곱게 써라’ ‘마음 단속부터 잘해라’. 명절마다 어르신들로부터 듣던 그 덕담을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해주는 나이가 되었네요.

일년 내내 새해 첫날의 설렘을 간직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새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따뜻한 마음, 밝은 마음, 넓은 마음, 성실한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새 옷을 입어보기로 해요. 내일 모레는 입춘이니 봄과 같은 마음으로 설 연휴도 기쁘게 보내야지요. 광안리 우리 수녀원에는 지금 산다화(동백꽃)가 곱게 피어 웃고 있습니다. 동백꽃 닮은 기도 한 송이 날리며 꽃마음의 새해인사 올립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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