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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기자 어디가] No Risk, No Champagne…4만 피트 상공에서 즐기는 기포

박찬은 기자
입력 : 
2019-01-28 16: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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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피트의 높이와 돔 페리뇽의 공통점은 그 아찔한 위험만큼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날씨의 영향에 좌우되지만 2008년 당시의 완벽한 기후 덕에 ‘신의 물방울’이라 불릴 정도로 풍미가 높아진 돔 페리뇽 빈티지 2008(Dom Perignon Vintage 2008)를 이제 에미레이트 항공 퍼스트 클래스에서 맛볼 수 있다. ‘샴페인의 별’이라는 돔 페리뇽의 완벽한 기포를 감상하기에 A380 퍼스트 클래스는 완벽한 날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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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트항공 퍼스트 클래스에서 올해부터 돔 페리뇽 빈티지 2008이 서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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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와 돔 페리뇽의 환상적인 콜라보 이륙하는 줄도 모르게 부드럽게 뜨는 것을 보니 A380을 왜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채널 400개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Ice’를 켰다. 두바이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 톰 크루즈가 부르즈 칼리파를 기어오르고 있다. 복층 구조의 비행기에는 개인 좌석에도 미니 바가 있지만 2층에 온보드 라운지가 따로 있어 비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업그레이드된 바에서는 창 밖 풍경을 보면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불가리 어메니티로 화장을 지우고, 10시간의 비행을 시작했다. “에미레이트 항공(EK)을 타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라던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요청하기도 전에 필요한 것이 없는지, 좌석은 편안한지 먼저 물어오는 승무원에게 뵈브 클리코와 헤네시 파라디 임페리얼을 부탁했다. 2년간의 진통 끝에 인테리어뿐 아니라 술도 프리미엄 주류 라인으로 업그레이드한 덕분에 올해부터 ‘샴페인계의 샤넬’ 돔 페리뇽 빈티지 2008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매년 전문가가 선정한 전 세계의 최상급 와인과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와인 저장실에 최대 15년간 보관, 일부 노선 승객에게 제공되는 ‘에미레이트 빈티지 컬렉션(Emirates Vintage Collection)’도 그 예다. “전 18살 때부터 와인을 마셔왔습니다. 여행을 온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술과 음식이죠. 기내는 건조하고 기압이 낮아 입이 쓰고 향도 잘 날아갑니다. 그래서 향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은 와인을 서브합니다. 상공에서 돔 페리뇽 빈티지를 서브 받으면 전혀 다른 레벨의, 한 단계 높은 맛을 경험하실 수 있죠. 돔 페리뇽 서브는 어떤 항공사도 시도하지 않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압력 등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맛이 변할 수 있거든요.” 에미레이트 항공 기내식 부문 수석 부사장 요스트 하이마이어(Joost Heymeijer)는 25년간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온 돔 페리뇽과의 인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에미레이트 항공과 돔 페리뇽은 25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샴페인을 많이 사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25년간 한 브랜드와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는 건 쉽지 않지 않지요.” 엄선된 포도 농장에서 그 해 최고의 포도만을 선별해 만드는 빈티지 와인. 그 가운데 덥지도 춥지도 않아 유난히 좋았던 2008년의 날씨 덕분에 환상적인 와인이 탄생했다. “복합성, 하모니, 강렬함(Complexity, Harmony, Intense)을 모두 갖춘 돔 페리뇽 빈티지 2008는 그렇게 탄생했죠.” 3시간 동안 와인이 가진 위험성, 매력, 제조과정의 지난함에 대해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셰프 드 꺄브 리샤 지오프로이가 후계자 벵샹 샤프롱을 자랑스럽게 바라본다. ‘셰프 드 꺄브(Chef de Cave)’란 와인 저장고 최고 책임자를 가리키는 말로, ‘셀러 마스터’라고도 불린다. 달에서도 그 모습이 보인다는 야자수 모양의 팜 주메이라 옆, 지상 321m 위의 호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에서 이뤄진 시음행사에서 돔 페리뇽 빈티지 2009, 빈티지 2008, 로제 빈티지 2005를 맛봤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08(Dom Perignon Vintage 2008)의 맛은 달콤하고도 고급스러웠다. 신선한 사과와 과일 향에, 피니시까지 부드러운 맛이다. 과연 2년 전 출시된 2009 빈티지에 역전해 출시될 만한 마성이다. 육류든 해산물이든 불에 익히든, 졸이든 어떤 기내식과도 어울리는, 포용력이 그 예다. 완벽했던 기후 속에서 장기간 수확을 통해 만들어져 산뜻한 산도와 기분 좋은 향미로 복합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시트러스, 민트와 함께 스모키향이 오래 지속되는 맛이다. 핑크 컬러를 띤 로제 빈티지 2005는 잘 익은 감귤류의 향으로 실패 따위 모르는 패기 넘치는 20대처럼 톡 쏘는 맛이었다. 과연 ‘샴페인의 별’, 돔 페리뇽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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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Menu, Great Experience! 에미레이트 항공 케이터링(EKFC: Emirates Flight Catering) 시설 견학은 미디어에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EKFC 신규 건물에서 진행됐다. 헤어 캡은 물론, 일행의 콧수염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설로 들어가니 두바이에서 가장 크다는 스캐너가 식재료를 스캔 중이다. 1km 길이의 모노레일을 타고 이송된 재료는 세척을 거쳐 바코드를 통해 이송된다. 퀄리티를 위해 모든 음식은 가스 대신 전기로 조리하며 세팅된 음식은 35대의 트럭에 나눠 실린 채 옮겨진다. 원래부터 기내식으로 유명한 에미레이트 항공이지만 눈으로 확인한 관리 프로세스는 놀라웠다. “이렇게 많은 단계를 거치는 줄 몰랐다”는 기자들의 말에 에미레이트 항공 케이터링 CEO가 “승객이 먹기 전 얼마나 정밀한 프로세스를 통해 기내까지 옮겨지는지를 이해하면 더 놀랄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 수량 측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두바이 소재 에미레이트 항공 식품 공급 시설은 높은 품질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었다. 135개국 이상 출신의 승무원의 의견을 반영, 로버트 웰치와 로얄 덜튼 식기류에 담겨 서브(퍼스트 클래스)되는데 종교 및 의학적 식이요법에 따른 특별식도 요청할 수 있다. 약 3년마다 계약업체를 계약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며, 비행 직후 관리자들은 맛 평가 보고서(taste report)를 작성한다. 최신식의 트레이닝 전문 대학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에미레이트 항공은 비행이 끝난 후, 승객들의 피드백을 취합해 보고한다. 기내식 부문 수석 부사장 요스트 하이마이어는 “우린 절대 No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B, 관리팀이 하루에 7번 싸우고 7번 화해하면서 재료 다듬기, 플레이팅부터 맛까지 다 책임집니다. 140여 명의 스페셜 밀을 챙기면서요.” 100% 두바이 정부 지분으로 이루어졌지만 어떠한 간섭 없이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에미레이트 항공은 86개국 158개 도시에 취항 중이다. 에어버스사의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A380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목적지까지 최고급 세단의 도어투 도어 전용 기사가 포함된 ‘쇼퍼 드라이브’ 서비스(퍼스트, 비즈니스)와 함께 기내 샤워 스파(퍼스트 클래스)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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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페리뇽 빈티지 2008 셰프 드 꺄브 레거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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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전,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돔 페리뇽 2008 빈티지 레거시 에디션(Dom perignon 2008, chef de cave legacy ediyion)은 28년간 돔 페리뇽 셰프 드 꺄브로 근무해온 리샤 지오프로이가 1월1일부터 벵샹 샤프롱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기념해 출시됐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돔 페리뇽에서 15개의 빈티지를 발표해온 리샤 지오프로이의 마지막 작품이자 벵샹 샤프롱과의 마지막 협업이다. 리샤 지오프로이의 정교하고 종합적인 지식과 벵샹 샤프롱의 대담한 직관, 이 두 와인메이커가 가진 서로 다른 장점만 취하면서 상호간의 이해를 더해 만들어진 것. 올해 41세로 비교적 젊은 벵샹 샤프롱이 모엣샹동에 입사한 것은 1999년. 2005년 리샤 지오프로이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그는 셰프 드 꺄브를 도와 13차례의 수확에 참여하고 4개의 빈티지를 출시했다. “위대한 샴페인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감동이 우러납니다. 돔 페리뇽은 19세기부터 그 일을 해왔어요.”(벵샹 샤프롱) 샹파뉴의 17개 포도밭에서 언제든 원하는 포도를 선별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지닌 돔 페리뇽은 와인을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키지 않고, 유리병에 병입해 숙성시킨다. 단일 빈티지에 단일 밭에서 나온 하나의 포도 품종만으로 샴페인을 만드는 것은 아주 극소수이며, 그마저도 아주 뛰어난 해에만 생산된다. 최고가 낙찰기록을 갱신하는 와인들도 세상 빛을 보기 전 셰프 드 꺄브의 검사와 승인을 취득해야 와인저장고를 떠날 수 있다. “다른 해처럼 서늘하다가 수확하기 얼마 전인 9월부터 날씨가 따뜻해져 10년 중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로 바뀌게 됐죠. 일반 TV에서 HDTV로 변했달까요.” 향을 맡으니 포도 수확 한 달 전 날씨가 와인의 향미를 결정한다는 리샤 지오프로이의 이야기가 피부로 와 닿았다. 앤디 워홀, 데이비드 린치, 마크 뉴슨, 제프 쿤 등 아티스트와 함께 ‘창조의 힘’이라는 타이틀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늘 크리에이티브한 프로젝트를 선보여온 돔 페리뇽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니 크레비츠와 콜라보로 돔 페리뇽의 분위기를 더 세련되게 만들어왔다. “제가 의심하면 안되죠. 제조과정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긴장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죠. 가장 중요한 건 돔 페리뇽에 담긴 철학, 영혼 같은 ‘진정한 의미(deep meaning)’입니다. 그냥 기술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을 바쳐야 하는 일입니다.” -리샤 지오프로이(Richard Geoff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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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맨해튼, 두바이 여행 두바이공항에는 세계 최대의 다이내믹한 도시로 가는 관문답게 수많은 게이트가 존재했다. 엘리베이터도 차 한 대가 들어갈 듯 컸다. ‘도시를 처음 맛보게 하기 위해 준비된 공항’ 같달까. 에미레이트 항공 본사가 위치한 두바이는 수도인 아부다비, 푸자이라 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연방(UAE)을 구성하는 7개의 토후국 중의 한 나라로 ‘아라비아 반도의 베니스’ ‘아랍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린다. 세계 최고 높은 건물 828m인 부르즈 칼리파와 ‘전 세계 유일 7성급 호텔’이라고 불리는 버즈 알 아랍, 2박 3일 둘러봐야 하는 두바이 몰을 소유한 ‘World Best’의 나라이기도 하다. 도심의 다운타운과 반대 분위기인 올드두바이에서 금, 향신료, 텍스타일 시장을 둘러본 뒤 수상택시를 타고 서쪽의 알 파하디 역사지구와 두바이박물관을 둘러보자. 두바이에서 1박 이상 머무른다면 다음 날엔 열기구 투어나 사막 사파리를 추천한다. 팔콘 쇼를 본 뒤 사막 초입에서 타이어의 바람을 뺀 후 모래바람을 가르는 40분간의 듄 베이싱(Dune-bashing)이 백미다. 샌드 보딩과 일몰 구경을 마치고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면 무제한 주류가 포함된 전통 뷔페가 제공된다. 식사 및 헤나 문신, 낙타 타기, 물 담배(시샤), 수피댄스(전통 춤) 공연을 포함해 원화로 8~9만 원이면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두바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음악 분수 만한 이벤트도 없다. 사막 꽃을 모티브로 조각한 들쭉날쭉한 수직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부르즈 칼리파 앞 호수에서 이뤄지는 분수쇼는 북한산 백운대 높이와 같다는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에서 봐도 좋다. 30분에 한 곡씩 진행되는 분수쇼에선 운이 좋으면 지난해 한국가수 최초로 선정된 엑소의 ‘Power’도 들을 수 있다. 편안히 앉아 다양한 음악 분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주변 식당가에서 쇼를 보는 방법이 있다. 37개국 여권 소지자가 두바이공항을 두 번째 방문하는 경우, 스마트게이트를 이용해 빠르게 출입할 수 있다. 비행기에서 야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금의 두바이를 이룬 것은 금과 석유뿐 아니라 상상력과 자유로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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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의 끝판왕’ 팔라조 베르사체 두바이 끝과 끝은 통한다고 했던가. 두바이의 화려함과 베르사체의 화려함이 만나 극치를 이룬다. 다른 호텔처럼 다운타운이나 팜 주메이라가 아닌, 두바이를 남북으로 가르는 수로 ‘두바이 크리크’ 주변에 위치한 팔라조 베르사체 두바이(Palazzo Versace Dubai)는 호주 골드코스트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베르사체 호텔이다. 호텔 복도에는 베르사체 브랜드의 수장 도나텔라가 직접 제작한 패션 일러스트와 스카프가 액자에 걸려 있다. 객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두바이 크리크, 천장에서 베드헤드로 떨어지는 럭셔리한 골드 컬러의 커튼, ‘신혼은 이런 데서 머물러야 해’라고 말하는 듯한 욕실. ‘억’ 소리 나는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처음엔 적응이 안 될 정도로 화려하지만 끝판왕끼리는 역시 통한다. 부유한 로컬들이 베르사체 특유의 럭셔리와 어우러졌달까. 컵과 볼펜, 런드리 백까지 모든 리빙 침구와 소품은 베르사체 홈 컬렉션 제품들로, 대리석 타일에도 새겨진 베르사체 브랜드 문양은 고객으로 하여금 대접받는 듯한 ‘충분한 럭셔리’를 경험하게 한다. 게다가 공항에서 15분 거리로, 짧고 굵은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데다, 럭셔리 호텔답지 않게 원룸부터 6실 빌라까지 있어 대가족이 두바이를 찾을 때도 환영 받을 듯 하다.

P.O. Box 128431 / Dubai, United Arab Emirates

Info 두바이는 수도인 아부다비 등 7개의 토후국(Emirates)으로 이뤄진 아랍에미리트(UAE)에 속해 있다. 한국의 봄, 가을 온도인 11월~3월이 성수기로 평균 18도 정도인 1월이 여행 적기다. 에어컨을 가동하므로 얇은 가디건을 챙기는 것이 좋다.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하고, 검은색 아바야(abaya: 여성용)나 흰색 칸두라(kandoura: 남성용) 등 아랍 전통의상을 입은 이들은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좋다. 지하철에서는 여성 전용 칸이 있으며 음식물(물, 껌 포함) 섭취가 금지(100디르함 벌금)돼 있다. 호텔이나 바, 클럽에서만 술을 판매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이 두바이까지 직항편을 매일 운항하며 입국 후 9~24시간 이내 출국 시 무료 호텔을 제공한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약 9시간 30분~10시간 15분, 두바이에서 인천 약 8시간 20분 소요. 1디르함=약 300원.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에미레이트 항공, 픽사베이, 포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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