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가 가전의 느낌을 내세운 프리미엄 라인이라면 ‘오브제’는 가전의 느낌을 뺀 프리미엄 라인이라고 해도 좋다. 가전의 느낌을 빼는 데에는 유명 산업 디자이너가 동원됐다. 바로 봄보 의자로 유명한 스테파노 조반노니다. 팔리지 않는 디자인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해 온 그가 둔 신의 한 수는 원목의 활용. 가전은 플라스틱, 가구는 원목이라는 이분법을 과감히 깨 버린 것이다. 미니멀한 라인과 히든 테크닉보다 더 획기적인 것이 사실 나무와 가전의 만남이다. 심지어 인테리어에 맞게 원목을 포함한 9가지 컬러 중 선택이 가능하다.
프리미엄 가전의 위상을 높여 가전 시장 구석구석을 360도로 장악하겠다는 기업적 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획기적인 발상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공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절이니까. 게다가 환경 문제로 인해 방마다 공기 청정기와 가습기를 켜켜이 쌓아 두고 살아야 하는 요즘, 미적인 관점에서 가전을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제는 TV 한 대에 999만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 허들! 999만 원이면 경차 한 대 가격에 맞먹는다는 현실적인 계산을 안 할 수 없다! 하지만 디자이너 체어가 수백만 원을 호가해도 마니아들은 줄을 서서 산다는 사실을 환기하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여튼 이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변화는 일반 브랜드에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이제 모든 가전 디자인의 화두는 ‘좀 더 가구 같을 것’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LG전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5호 (19.02.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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