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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프리미엄 가전-가전의 외침 나는 가구입니다

입력 : 
2019-01-30 11: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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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봐도 가전제품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디자인에 놀라고, 경차 한 대 값을 바라보는 가격에 또 한 번 놀란다. 프리미엄 가전의 최우선 덕목은 무조건 ‘디자인’. 처음 봤을 때 고급 가구를 연상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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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디자인이면 가전의 기능을 담은 ‘가구’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가구인가, 가전인가.’ 최근 출시된 LG전자 ‘오브제’의 광고를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디자인이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를 연상케 하는데 버튼 하나 없는 전면부는 과연 이게 뭐 하는 물건인지조차 헛갈리게 만든다. 겉으로 봐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감이 안오니까. 하지만 터치를 하는 순간, 냉장고, 가습기, 오디오, TV로 변신한다. 마치 벽을 터치하면 비밀 통로가 스스르 나타나는 추리 소설 속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로 획기적이다. 특히 평면 모니터 뒤에 수납장을 숨겨 놓은 TV는 전자 기기의 최대 골칫거리인 전선을 흔적도 없이 감췄다. 놀라운 일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던 건 누구나 ‘아름다움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정도’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LG는 국내에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3년 전 ‘시그니처’란 이름으로 가전 디자인의 신세계를 연 LG는 이번 F/W 시즌을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상품 군을 선보였다. 디자인을 극적으로 바꾸고, 기능을 강화한 것.

‘시그니처’가 가전의 느낌을 내세운 프리미엄 라인이라면 ‘오브제’는 가전의 느낌을 뺀 프리미엄 라인이라고 해도 좋다. 가전의 느낌을 빼는 데에는 유명 산업 디자이너가 동원됐다. 바로 봄보 의자로 유명한 스테파노 조반노니다. 팔리지 않는 디자인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해 온 그가 둔 신의 한 수는 원목의 활용. 가전은 플라스틱, 가구는 원목이라는 이분법을 과감히 깨 버린 것이다. 미니멀한 라인과 히든 테크닉보다 더 획기적인 것이 사실 나무와 가전의 만남이다. 심지어 인테리어에 맞게 원목을 포함한 9가지 컬러 중 선택이 가능하다.

프리미엄 가전의 위상을 높여 가전 시장 구석구석을 360도로 장악하겠다는 기업적 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획기적인 발상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공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절이니까. 게다가 환경 문제로 인해 방마다 공기 청정기와 가습기를 켜켜이 쌓아 두고 살아야 하는 요즘, 미적인 관점에서 가전을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제는 TV 한 대에 999만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 허들! 999만 원이면 경차 한 대 가격에 맞먹는다는 현실적인 계산을 안 할 수 없다! 하지만 디자이너 체어가 수백만 원을 호가해도 마니아들은 줄을 서서 산다는 사실을 환기하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여튼 이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변화는 일반 브랜드에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이제 모든 가전 디자인의 화두는 ‘좀 더 가구 같을 것’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LG전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5호 (19.02.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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