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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선정 우수 사회적 기업 3선
동구밭(장애인)·동부케어(노인)·일하는사람들(취약계층) 고용 ‘굿’
사회성과·성장성·수익성 ‘세 토끼’ 잡았다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9.01.25 10:16:18
사회적 기업은 보통 선한 목적의 사업을 하는 ‘착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K그룹은 사회적 성과는 물론, 사업적 성과도 달성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사회적 기업을 높이 평가한다. SK그룹이 선정한 우수 사회적 기업의 면면을 살펴봤다.

▶동구밭

▷천연비누 OEM 생산…장애 직원 근속

SK그룹이 우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한 천연비누 OEM 전문기업 ‘동구밭’

SK그룹이 우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한 천연비누 OEM 전문기업 ‘동구밭’

동구밭은 ‘발달장애인 자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3년 차 소셜벤처기업이다. 창업자 노순호 동구밭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나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직장에 꾸준히 다니는 것, 즉 ‘근속’이라고 판단했다. 그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근속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발달장애인은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 사회 적응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한 조직에 오래 다니지 못한다. 사회성이 좋다 해도 다수의 장애인사업장이 비즈니스 수익성 관리가 안 돼 회사가 도산하거나, 근로환경이 열악해 오래 일할 환경이 못 된다.

노순호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교육과 혜택은 생각보다 많다. 동구밭의 발달장애인 직원 14명도 모두 채용 당시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상태였다. 문제는 발달장애 직원의 사회성과 기업의 사업성이다. 발달장애인 3명 중 2명은 친구가 없고, 있더라도 평균 1.4명에 그쳤다. 직장을 구해도 오래 못 다니고 그만두니 자립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동구밭은 두 가지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우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친구가 돼 함께 가꾸는 도시텃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어 수익성이 있는 천연 수제비누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동구밭이 만드는 저온 숙성 수제비누는 기존에는 공방에서나 소량생산하던 제품이었다. 수제다 보니 제품 품질도 균일하게 관리하기 힘들었다. 동구밭은 정밀 기계를 도입해 반(半)자동화한 뒤 발달장애 직원들이 형태를 가다듬는 단순 반복 작업으로 균일성 문제를 해결, 월 20만개(100g 제품 기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 화장품 브랜드 기업에 OE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연매출은 매년 2배 이상 늘어 지난해 15억원을 기록했다. 직원은 발달장애 사원 20명, 비장애인 11명 등 총 31명. 월매출이 400만원 늘어날 때마다 발달장애 사원 1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노 대표는 “비누 사업은 기계와 장비 인프라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업무 생산성을 보완할 수 있다. 또 꼼꼼하게 반복해야 하는 가공·포장 등의 업무가 많아 발달장애인이 일하기에 적합하다. 기계 설비와 숙련된 비장애인, 발달장애인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양질의 비누 제품을 생산, 경쟁사 대비 시장성을 갖춘 사업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발달장애 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짧으면 3개월 미만, 길어도 1년이 채 안 된다. 동구밭은 2016년 첫 발달장애 직원 채용 후 한 명도 퇴사한 사례가 없다. SK그룹으로부터 우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동구밭은 인센티브 지원금을 포장 장비 구매 등 신규 설비 투자에 사용했다. 시장 경쟁력을 갖춰 발달장애 사원을 지속 고용하기 위해서다. 포장기기를 구입한 후 장애 사원 2명이 하루 5000개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다음에 받게 될 인센티브도 신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동부케어

▷노인 부양·일자리 문제 동시 해결

노인 복지 전문기업 ‘동부케어’

노인 복지 전문기업 ‘동부케어’

고령화 시대, 우리 사회 시니어는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일자리 부족’과 ‘돌봄 서비스 필요’다. 동부케어는 ‘중장년층이 노인을’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구체적인 방법은 세 가지 사회적 협력 모델로 중장년 협력, 지역사회 공동체 협력, 사회적 경제 클러스터 협력 등이다.

중장년 협력은 일할 수 있는 중장년을 고용해 방문요양, 간호,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부케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방문요양, 방문목욕 서비스로 시작해 방문간호, 4대 바우처 사업, 주야간 보호 서비스, 임종-호스피스 사업 등으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노인 종합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연계해 노인 비용 부담을 덜고 중장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했다.

지역사회 공동체 협력은 지역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설립해 주민을 교육하고 이들이 이웃 노인을 돌보게 하는 공동체 모델이다. 직원과 고객 모두 같은 동네 주민이니 보다 친숙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동부케어는 출산 후 산후조리와 육아, 가사 등을 병행하기 힘든 산모를 돕는 마을 공동체 육아 돌봄 서비스도 개발했다.

사회적 경제 클러스터 협력은 노인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업종의 사회적 기업이 협력하는 모델이다. 가령 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작업치료사 등은 물론 인근 지역보건소나 병원, 대학 등의 기관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 덕분에 동부케어 혼자서는 갖추기 힘든 기술적·인적자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직원과 고객 모두 시니어인 동부케어는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수혜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다. 사업 성과와 사회 성과가 정비례한다. 실제 동부케어는 2016년에 처음 받은 사회성과 인센티브로 고용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그 덕분에 더 많은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고용 확대와 사회 성과가 함께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2017년에 받은 지원금으로는 주야간보호소 1·2호점을 신설, 사업 확장에 재투자했다. 다양한 사회적 경제 관련 협의회를 연합해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SK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젝트 참여 기업 중 가장 많은 사회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는 “각자도생이나 경쟁 원리보다 협업 모델이 훨씬 생존에 유리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동부케어는 주식회사지만 협동조합 형태의 운영 방식을 지향한다. 향후 소셜 프랜차이즈 창업을 통해 사업 규모를 더욱 확장, 1000명가량까지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일하는사람들

▷비상품 광어서 아미노산 추출 특허

제주 지역 자활기업 ‘일하는사람들’

제주 지역 자활기업 ‘일하는사람들’

‘일하는사람들’은 제주 서귀포 지역 자활기업 연합체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문제는 곧 해당 가정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인식에서 일자리 창출을 통해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고용 창출·유지의 핵심 요소를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으로 본다. 이를 위해 시장성 있는 상품과 수익 모델을 개발한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발굴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기존 자활기업이 수행해오던 청소, 건물 개보수 등의 용역사업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시장성보다 고용 창출에 사업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 용역 사업 특성상 일감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시장성을 갖춘 제조업 모델을 탐색한 결과, 비상품 광어를 발효시켜 아미노산을 추출하는 자체 특허기술을 개발해 친환경 액체비료 ‘해보라’를 출시했다. 해보라는 중국 수출에 성공하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드 사태로 중국 수출이 중단됐다. 설상가상 경쟁사 진입으로 국내 시장 지형이 급변하며 해보라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일하는사람들은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액체비료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돌파구를 찾았다. 아미노산 추출기술을 응용해 양식장 보조사료를 생산·판매하고, 반려견 영양제 ‘제주바당’을 개발했다. 이외 상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 양돈·양계 시장의 기능성 사료 개발도 기획 중이다. 2016년 19명, 2017년 33명 등 꾸준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SK그룹으로부터 받은 사회성과인센티브 지원금은 제주바당의 대량생산 설비 투자에 활용해 최근 판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받은 인센티브 지원금은 마케팅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미노산 추출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은 마쳤으나 생산설비 투자는 망설이고 있던 상황에서 인센티브 지원금이 기폭제가 돼줬다. 해당 기업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SK 인센티브 제도의 큰 장점이다. 일하는사람들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해 제주도에서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이 성장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김경환 일하는사람들 대표의 전언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3호 (2019.01.23~2019.0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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