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사무실로 택배 상자들이 도착했다. 거래처에서 명절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직원 인원수대로 배달된 수십 개의 커다란 상자로 사무실은 금세 물류창고로 변했다.
그런데, 내용물을 확인하려고 상자를 개봉하다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자의 크기에 비해 내용물이 너무 가볍고 이리저리 흔들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내용물이 상자 크기의 5분의 1도 차지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파손되기 쉬운 상품이라 완충재를 넣어 포장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과대포장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잉포장이었다.
배송회사는 로켓만큼 빠른 배송을 자랑한다는 한 오픈마켓. 자체 물류센터에 배송직원까지 채용하여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되는 이 회사의 시스템은 물류의 신세계를 열었다. 그러나 포장방법은 여전히 문제다. 정성을 다한 포장이라기보다는 과한 느낌이다.
명절을 전후한 쓰레기 대란에 대한 대책도 없는 이 마당에 이런 포장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몰아넣으면 상자 하나에 최대 3~4개까지 넣어서 배송할 수 있는데, 조그만 상품 1개당 대형박스 1개라니. 그러니 상자의 개수가 10개만 넘어가도 차지하는 공간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배송 차량에 상하차하는 입장에서 보면 적재공간 낭비는 불 보듯 뻔하다. 또 적재할 때 조금만 위쪽에 무게가 실려도 얇고 텅 빈 상자가 움푹 들어가 찌그러질 수 도 있는 일이다. 택배비용도 그렇다. 상자 하나당 여러 개를 넣을 수 있는데도 같은 물건을 같은 곳에 따로 포장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지난 16일 환경부는 불필요한 이중포장과 과대포장 방지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과대포장으로 논란이 일었던 일부 온라인 오픈마켓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지는 미지수다.
과유불급(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이라 했다. 상품은 잘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포장을 해야 했을까? 포장의 과함이 결과적으로 모자람을 만든다.
총알 배송보다 더 중요한 건 '착한 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