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영화 ‘증인’을 통해 스스로에게도 치유를 선사했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우성은 극중 한때는 민변계의 파이터로 불렸지만, 지금은 현실과 타협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았다. 순호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우로 세우려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지우와 소통이 쉽지 않자 그의 세계에 한 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증인’은 마치 공기 좋은 숲 속에서 숨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동안 정우성의 주관적인 면에 있어서 해왔던 역할이나 장르에서 오는 치유가 많이 됐어요. 인간관계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감정들의 교감이 많았어요. 영화 자체가 사회적인 요구나 분위기 등을 반영하다보니 비슷한 영화들만 나올 때가 있어요. 본인의 갈증을 뒤로 접어두고 그 안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였는데, 마침 운 좋게 ‘증인’을 만나게 됐어요. 제가 아니었어도 누구라도 움켜쥘 수 있는 작품이었죠. 디자인하고 의도하지 않는 꾸미지 않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증인’은 자연스러움이 주는 잔잔한 울림과 공감이 있는 작품이다. 정우성 또한 그 안에서 순호를 표현함에 있어 억지와 과함을 철저하게 경계했다.
“순호 캐릭터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 했어요. 말투나 표정 등을 생각하기보다 상대가 보여주는 온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그런 순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신 순간순간 만들어지는 위트는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게 과하면 안 됐죠. 순호는 일상성이 있는 캐릭터죠. 그가 놓여 있는 일상 안에서 내가 하고자하는 표현들, 보고자하는 감정들의 대리만족들이 들어가 있어요. 제가 순호를 연기했지만, 순호가 정우성에 얹혀 진 역할이라 볼 수 있죠. 다른 작품 속 캐릭터들은 상황 안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거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하고 계속 움켜쥘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는데, 순호는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죠. 담담하게 순호스럽게 대하면 되는 역할이었어요.”
‘증인’은 정우성이 가장 자유롭고 편하게 생각하는 현장이라는 곳에서 원 없이 마음껏 쉴 수 있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또한 극중 순호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선배 박근형과 호흡하며 많은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선배님들을 보면 영화 작업 자체를 존중하고 즐기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대접 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죠. 박근형 선생님이 아버지 역을 맡으셨을 때 그냥 좋았어요. 그 아버지라는 자체가 말이죠. 순호로서는 무뚝뚝하게 대했지만, 그걸 연기하는 정우성으로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캐릭터로 분해서 아버지를 만난 것이죠.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대화도 필요 없었어요. 기본적인 믿음이 있으니까 자유로운 표현들이 오갈 수 있었죠. 혹여 시나리오에 나오지 않은 행동을 해도 호흡을 맞춰 주셨어요. 정말 호흡이 좋았다는 느낌의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증인’은 모두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우성 또한 작품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