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만 못한 文정부…부동산 공화국 해체 의지 없다”

반기웅 기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이상훈 선임기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이상훈 선임기자

‘토지정의’를 추구하며 부동산 문제를 연구해 온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60)는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를 적극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토지 공개념에 입각한 강력한 부동산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유세 강화를 통해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모든 국민에게 평등지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기대와 달랐다. 토지 공개념을 근간으로 한 부동산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조세저항을 이유로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부동산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2018년 7월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에 투기 광풍이 불고 아파트 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보유세 개편방안을 담은 9·13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9·13 대책에 담긴 보유세 부담은 참여정부 때보다도 미흡한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단기 시장 조절을 위해 꺼낸 보유세 카드가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월 22일 경기 용인 자택 인근 커피숍에서 전강수 교수를 만났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통한 건가.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데 올라간 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일부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지만 지금 현상은 특별한 게 아니다. 정부에서 대책을 발표하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는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다. 이후에 폭등하는 사례도 많았다. 몇 달 안 됐으니까 지켜봐야 한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1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또 오를 조짐이 보이면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들었다. 김수현 실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쓴소리하기 미안한데, 그래도 좀 해야겠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랄까 스탠스가 이상하다.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김 실장은 ‘시장이 어느 정도 잡혔고 앞으로 문제 생기면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 부동산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모든 개혁정책을 통틀어 우선순위를 첫 번째에 둬야 한다. 중요한 만큼 정책의 방향이나 목적이 흔들리지 않게, 단단하게 세워야 한다. 투기로 인한 폭등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해보고 안 좋으면 추가대책을 내놓는다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후약방문이다. 가격을 쫓는 방식으로는 고질적인 부동산 폐해를 바로잡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첫 부동산 정책에서 보유세 강화가 빠져 있었다. 이후 정책에서도 보유세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참여정부에서 겪은 종부세 트라우마 때문이다. 생각보다 트라우마가 깊은 것 같다. 처음부터 보유세 관련해서는 눈에 띄게 조심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정부는 정무적인 판단을 통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지율을 유지해야 하니까 논란거리 만들지 말고 그냥 이대로 가자는 취지다. 부동산도 시장을 적당히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김수현 실장은 보유세 강화를 기반으로 한 참여정부식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결론 내린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도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늘 아픈 손가락으로 꼽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한 것은 가격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지 정책 방향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물론 가격도 당시 세계 다른 나라의 부동산 폭등 추세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게 아닌데 과도하게 공격을 당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임기 내내 ‘세금폭탄 프레임’에 시달렸고, 분양가 원가공개를 처음에 거부했다가 진보진영에서 공격을 받았다. 언론을 비롯해 좌우 가릴 것 없이 십자포화를 맞았지만 따져보면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여러 업적을 남겼다. 부동산 세력과 정면승부를 벌인 처음이자 마지막 정부였다. 실거래가 공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개발이익 환수제와 같은 기념비적인 정책들 모두가 참여정부에서 나왔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을 했던 것으로 안다.

“사실이다. 참여정부도 중간에 부동산 개혁이 주춤했던 시기가 있다. 2004년이다. 그때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종부세를 원안에서 후퇴시켰고, ‘양도소득세 중과 수준이 과도하다’는 얘기가 정부 내부에서 나왔다. 부동산시장에 다시 부양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때 비판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가.

“물론이다.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정말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 정부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김수현 실장도 청와대에 있고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다뤘던 참모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미온적인 태도로 부동산을 다룰 줄 생각도 못했다. 보유세 강화를 기반으로 한 제도개혁은커녕 부동산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인식조차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야말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공정경제의 핵심이다. 부동산 불로소득만큼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게 어디 있나. 이걸 잡지 않고 공정경제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보나.

“어렵다. 일단 정부에서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그걸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싶다. 핵심은 보유세다. 9·13 대책으로 추가적으로 거둘 수 있는 보유세가 1조원을 조금 넘는데 참여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보유세 총액을 34조5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었다. 지금 1조원으로 무슨 정책효과를 내겠나. 보유세를 부동산 가격 안정책으로 활용한 건데 이건 큰 실책이다. 보유세 정책은 단기 시장조절 정책이 아니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유지해야 하는, 국가의 근간을 정의롭게 만드는 정책이다. 이번에는 보유세 카드를 잘못 썼다.”

-부동산 정책은 앞으로도 나올 텐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부동산,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건설경기 부양책은 수십 년된 적폐다. 우려스러운 건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활성화가 그 첫 단계다.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느냐 하면 지표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통계와 수치에 함몰돼 있으면 쉽게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가장 손쉬운 게 건설경기 부양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랬고, 박근혜 정부도 그 방법을 썼다. 지표 집착증을 빨리 버려야 한다. 당장의 수치를 바꾸기보다는 투기세력을 청산할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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