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혁철은 외무성 전략통..‘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 틀거리 담당”

이주영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사진)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새로운 협상 파트너로 알려진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대사를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 전략통”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 대사가 최근 북미 고위급회담 대표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는 “전략통을 미국에 보내 6ㆍ12 싱가포르 합의를 뒤집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묶어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혁철과는 오랫동안 외무성에서 같이 근무했다. 리용호와 김계관이 체계적으로 양성한 전략형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해 5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해 5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태 전 공사는 김 전 대사가 평양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2000년대 초 외무성에 발을 들인 뒤 처음부터 외교정책과 전략을 세우는 전략부서에 몸담아왔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국제부에 있던 김 전 대사의 아버지가 캄보디아 주재 북한 대사로 발령이 나서 자신의 해외 발령이 어려워지자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전략 부서인 9국(현 정책국)으로 자진해서 갔다고 태 전 공사는 덧붙였다. 이후 9국을 담당하던 리용호 현 외무상이 김 전 대사를 오랫동안 밑에 두고 가르쳤으며, 김 전 대사가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 때는 북측 단장이던 김계관 현 외무성 1부상의 연설문도 작성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전 대사는 6자 회담과 2006년 첫 핵실험과 관련된 대응에서 특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9국 부국장으로 승진했다”면서 “30대 외무성 전략부서 부국장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밝혔다. 또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취임한 뒤 젊은 간부를 대거 기용할 때 김 전 대사도 외무성 참사(부상급)로 승진했는데 이 역시 북한 외교사에서 처음이라 다들 놀랐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전 대사가 최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워싱턴을 함께 방문한 것에 대해 “외무성 전략통을 김영철 옆에 붙임으로서 김영철이 방미기간 김정은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통제하자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6·12 싱가포르 합의에서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라는 도식이 북한과 미국사이에 이미 합의됐는데도 전략형인 김혁철이 이번에 미국에 갔다는 것은 미국이 6·12합의를 ‘잘못빠진 함정’으로 간주면서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북한 비핵화의 틀거리 합의를 다시 하자고 나오고 있지 않는가 하고 생각된다”면서 “북한으로선 트럼프가 이미 6·12싱가포르합의에 동의하고서도 지금와서 다시 뒤집어 엎으려는데 대해 각성을 가지고 전략형인 김혁철을 보내 6·12합의에 트럼프를 다시 결박시켜 놓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미간 실무협상을 담당해온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의 역할 분담에 대해선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라는 큰 틀거리 그림은 김혁철이 담당한 9국에서, 단계별로 어떤 살라미를 주고받는가 하는 디테일은 최선희 부상이 담당한 미국담당구에서 맡아 해결한다”며 “북한은 전략부서와 행동부서를 갈라놓고 서로 경쟁시키기도 하는 구조”라고 태 전 공사는 밝혔다.


Today`s HOT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이라크 밀 수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