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조 '세 번째' 사외이사 추천…노동이사제 '재점화'

백승헌 변호사/사진=머니투데이DB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KB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추천에 나섰다.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백승헌 변호사로 정했다. 이번이 세번째 시도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의 판단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KB노협은 24일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함께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KB노협 의장인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참여연대, 민변, 경제개혁연대, 한국노총 등 4개 단체에 노동 존중의 태도를 지닌 전문가 추천을 의뢰했고, 법령상 결격사유와 각종 자격요건을 검토해 최종 후보를 백 변호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재야 개혁 성향의 법조인 중에서도 중량감이 상당한 인물이다. 사법연수원 15기로 민변 회장을 두 차례나 역임했으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각각 받았을 때 변호를 맡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검찰개혁을 이끌기 위해 비검찰 출신의 개혁적 인사로서 초대 법무부장관에 유력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만이 현재 KB금융 이사회에서 독립적 지위를 갖고 지배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노협의 사외이사 추천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11월 임시 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하 변호사 추천 당시에는 KB금융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을 얻었지만 끝내 부결됐고, 권 교수 추천 당시엔 외국인 주주들에게 영향력이 큰 ISS 등 외국계 안건분석기관의 반대 영향으로 과반 찬성 의결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두 차례보다는 KB노협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노사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실무협의에 나선 상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일단 국민연금이 노동이사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정한 만큼 지분 보유 기업에도 유사한 제도 도입을 권유할 명분이 형성될 수도 있다.


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 금융위원회에 ‘금융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고 금감원장 취임 후에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금융감독 혁신 과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

다만 최근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으로 영업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이 ‘친노조’ 성향의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향후 KB금융 이사회가 KB노협의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지도 다른 주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금융권 관계자는 “KB노협의 첫 추천 당시처럼 국민연금이 찬성하고 당국과 시장이 백 변호사를 우호적으로 평가한다 해도, 결국 7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