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우리글 바로쓰기 - 이오덕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우리말로써 살아가라

[최교진의 내 인생의 책]③ 우리글 바로쓰기  - 이오덕

이오덕 선생이 1989년 <우리글 바로쓰기>를 내놓았다. 한자말, 일본말, 서양말에서 벗어나 말의 민주화를 이루자는 뜻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이 나온 1989년은 뜻있는 교사들이 전교조를 결성한 해였다. 전교조가 내걸었던 ‘참교육’은 이오덕 선생이 오래전에 밝혀 놓은 말이었다. 민족교육, 민주교육, 인간교육, 자연사랑 교육이 ‘참교육’이라 했는데 여기서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가져왔으니 이오덕 선생이 ‘참교육’의 뿌리임이 틀림없다.

전교조 결성으로 많은 교사가 학교를 떠나야 했다. 나도 파면에 투옥까지 됐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삶을 걸어야 하는 모진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오덕 선생은 갖은 어려움을 견디며 활동하는 후배들을 말과 글 때문에 나무라고 꾸짖을 때가 많았다. 선생이 보기에 “상반기 사업 방향에 대해 전국적으로 토론을 조직하자”와 같은 어색한 말은 옳은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쓰면 안 될 잘못된 말이었다. 하지만 당시 활동가들은 다른 나라 책을 번역한 글에 익숙해 있던 터라 그 꾸짖음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교육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 모양이니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했을까? 돌아보면 지금도 낯이 뜨거워진다. 참교육도, 민주주의도, 민족의 얼을 살리는 일도 말과 글을 바로잡아야 가능한 일이다.

“오늘날 우리가 그 어떤 일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외국말과 외국말법에서 벗어나 우리말을 살리는 일이다. 한번 병들어 굳어진 말은 정치로도 바로잡지 못하고 혁명도 할 수 없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남의 말, 남의 글로써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써 창조하고 우리말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이오덕 선생이 책머리에 밝혀 놓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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