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잠시나마 행복 느끼시길”…영화 ‘극한직업’ 감독 이병헌

김경학 기자
이병헌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 이병헌(39)은 자신만의 색깔과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힘내세요, 병헌씨>(2012)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8) 등 이 감독의 영화는 모두 코미디 영화로 분류되지만, 단순히 웃음에만 집중한 영화는 아니다. 그의 영화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은 이 감독의 전작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정통 코미디 영화에 가깝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바람 바람 바람>으로 하루도 쉬지를 못해 상당히 피폐해진 시점에 <극한직업> 아이템을 들었다”며 “진짜 온 가족이 보면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미디 반, 액션 반’인 영화 <극한직업>은 사고만 치고, 실적은 부진해 해체 위기에 놓인 한 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의 이야기다. 국제 범죄조직에 대한 첩보를 얻은 형사들은 잠복 수사를 위해 범죄조직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손님 없는 치킨집을 인수한다. 위장 창업인 셈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손님들이 찾아 오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직접 치킨을 만들어 장사도 한다. 절대미각을 지닌 한 형사 덕분에 치킨집은 ‘맛집’으로 큰 유명세를 타게 돼 정작 수사는 뒷전이 되고 만다.

영화 곳곳에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요소가 다분하다. 이 감독은 “초고와 각색된 시나리오를 ‘더 재미있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제가 각색했다”며 “웃음에 초점을 강력하게 맞췄다. 장면마다 코미디 요소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작은 감정을 따라가는 코미디라 디렉션한 것이 많았지만, <극한직업>은 상황을 따라가는 코미디”라며 “보다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배우들에게 믿고 맡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이 감독 특유의 클리셰 비틀기가 담겨 있다. 이 감독은 “처음 아이템을 듣고 조폭·마약·경찰, 제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것들이 다 나온다고 (연출)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치킨이 나오면서 비틀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전형적이란 게 재밌으니까 나온 말 같다. 뻔하게만 사용하지 않으면 재미있는 전형성을 더 재밌게 비틀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통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형사·자영업자 등 인물들의 애환도 녹아 있다.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 감독은 프랜차이즈 구조에 대해 “한 마디 정도만 속 시원하게 내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망했지만 예전에 작은 요식업 가게를 운영한 적이 있다”며 “현재 시스템 안에서 돈 버는 쪽은 대기업이고, 소상공인이나 아르바이트 둘 중 누군가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고, 모두가 알 것이라 생각해 한 마디 정도 담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재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준비하고 있다. 작가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극본 작업은 마무리 단계로, 캐스팅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비디오를 대여하려면 돈이 드니까 어린 시절 영화보다 더 많이 접한 게 드라마라 예전부터 드라마도 하고 싶었다”며 “수다스러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시트콤 같은 부분도 있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40대에 접어든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 따뜻한 휴먼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과거에는 영화를 통해 불편한 지점을 건드리고 싶었다”며 “그런데 저도 나이 들면서 더 웃고 싶어지기도 하고, 꼭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극한직업>에 대해 “옆 사람이 시원하게 웃는 것만 봐도 잠시나마 행복해지지 않느냐”며 “불편함 없이 온 가족이 보고 ‘야 웃기다’ 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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