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세먼지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배문규 기자
환경부 유제철 생활환경정책실장이 24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한중간 환경협력회의 결과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부 유제철 생활환경정책실장이 24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한중간 환경협력회의 결과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중 양국이 미세먼지 예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한다. 하늘을 넘나드는 미세먼지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동북아지역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연구’ 보고서도 공개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외교부는 지난 22∼23일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열어 미세먼지 대책 등 주요 환경 현안을 논의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 측은 “최근 재난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으로 국민의 불안이 가중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저감하기 위해 한중 양국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측은 “2013년 이래 주요 지역 대기질이 40% 이상 개선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장기적 대응이 필요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인내심을 갖고 중국과 협력해 나가자”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미세먼지 대책은

환경부는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에 대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예보를 통해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가 제안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15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는 중국에서 농도가 치솟은 뒤 도미노처럼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공기가 나빠졌다. 중국에서는 대기오염 중점관리지역에선 최대 10일까지 장기 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장·단기 예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서 국내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2~3일 전에 조기 경보를 발령해 국내에서 대응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달 실무협의를 시작해 올해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제 21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 21)에 보고할 계획이다.

중국 화북지역 오염물질 발생과 이동경로 규명을 위한 ‘청천 프로젝트’의 범위는 기존 베이징 등 4개 도시에서 발해만의 2개 도시를 추가한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은 대기오염과 관련한 협력체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지속해서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의 미세먼지 영향을 규명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동북아지역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ants in Northeast Asia, LTP) 연구’ 보고서도 한중일 장관회의에 맞춰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한·중·일 3국은 지난해 이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보고서에 인용된 데이터가 2008·2010년의 오래된 것이어서 최근 중국의 급격한 변화가 반영되지 못했다며, 공개를 반대했다. 최근 들어 중국 생태환경부에서도 보고서 공개 시점을 언급하는 등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관련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배출량 관련 자료를 갱신하기 위해 제출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미세먼지 책임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미세먼지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달 말부터 잇따라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과 국장이 한국에 미세먼지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애초에 중국 측 발언을 보면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영향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공분을 산 발언들도 행간을 읽어보면, 오히려 중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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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 측 발언을 보면, 특정 기상 조건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조건이 아닌 경우는 역으로 자신들의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면서 “중국에서도 (미세먼지) 이동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꾸 문제를 끄집어내면 한이 없고, 중국의 노력에 대해서 평가해 줄 부분은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2013년부터 대기질이 40%나 개선됐다며 강조하고 있는 ‘람천보위전(藍天保爲戰)’ 행동 계획은 ‘푸른 하늘을 수호하는 전쟁’이라는 의미다.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전쟁으로 표현하면서 정책을 시행하는 상황에서 책임만 따지면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도 “중국이 미세먼지 책임을 인정했냐 안했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LTP 보고서 자체가 월경성 오염물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중국에서 LTP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영향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회의에서도 중국 측에서 미세먼지 영향을 직접적으로 부인한 일은 없으며, 협력을 통해 서로 줄일 부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중국의 최근 발언에 대해선 ‘자기네 노력을 인정해 달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중국은 현재 줄일 여지가 더 있으니 더 줄여나가자고 함께 협력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현재 논의가 진행되는 LTP 보고서가 삼국이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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