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인공강우

박래용 논설위원

고대 농경사회에서 날씨, 특히 비는 주요 관심사였다. 비가 언제 오고, 양이 얼마나 될지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중 하나였던 호피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언제나 성공한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중세 영국에서는 연기를 많이 내거나, 모든 교회의 종을 동시에 울려서 대기를 흔들어 비가 내리도록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비가 오게 한 실험은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셰퍼에 의해 시도됐다. 그는 양떼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눈이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빗방울의 크기는 1~3㎜, 0.5㎜ 이하일 경우에는 이슬비라고 한다. 큰 빗방울은 땅으로 떨어지면서 잘게 쪼개지기 때문에 아무리 엄청난 폭우라도 빗방울의 크기는 5㎜를 넘지 않는다. 인공강우는 구름에 요오드화은과 같은 물질을 살포해 강수확률을 4~20% 정도 높이는 기술이다. 인공강우 실시 지역에 비를 내릴 만한 구름이 없으면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미국·중국·이스라엘 등 인공강우 기술 강국들도 비구름을 직접 만들어 낼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없다. 마른하늘에 갑자기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엄밀히 말하면 인공강우(降雨)가 아니라 ‘인공증우(增雨)’가 맞는 표현이다.

정부는 25일 서해상에서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 그간 가뭄 등에 대비한 인공강우 실험은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가리는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2시간 동안 10㎜ 넘는 비가 와야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려면 장대비를 내리게 할 정도의 비구름이 있어야 한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한반도에선 비구름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인공강우로 만들어냈던 비의 양은 0.8㎜ 정도다.

이번 실험은 우리나라가 수자원 확보를 위해 2008년부터 시작한 인공강우 실험에 미세먼지 연구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효율적인 면에선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손놓고 있기보다 뭐라도 해보자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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